쿠팡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신고서를 제출했다. 증권가는 상장에 필요한 절차를 거친 뒤 대략 3월에 증시에 데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2년 안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 10년 만에 뉴욕 증시 상장을 공식화한 셈이다.
당초 쿠팡은 오랜 적자를 기록하면서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 뉴욕 증권거래소를 택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이 상장돼 있는 나스닥은 당장 이익이 크지 않아도 미래 성장 가치를 중시하는 반면 세계 최대 규모 증권거래소인 뉴욕 증권거래소는 상장 요건이 나스닥보다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가 뜨거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약 55조4000억원)를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2014년 중국 알리바바그룹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IPO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증권 리서치센터는 쿠팡의 기업가치가 최대 6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SK증권은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9% 추정)을 쿠팡의 올해 성장률(전년대비)로 가정했을 때의 매출액과 이미 상장한 유니콘 기업들의 매출액 추정치 기준 주가매출비율(PSR)을 따져 계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네이버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과 함께 성장성을 인정받을 경우 국내 1위 이커머스 사업자인 네이버쇼핑 또한 재평가를 받을 수 있어서다.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며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는 5.18%(1만 9000원) 급등하며 38만 5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쿠팡 대비 고객 수, 판매자(공급자 수) 등의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네이버를 '매수'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쿠팡의 활성 고객 수는 1485만명이며, 이 중 32%가 로켓와우 멤버십을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작년 연간 기준 스마트스토어 결제자 수가 2000만명이며, 판매자 수는 41만명으로 쿠팡 대비 2배 이상이다.
박 연구원은 "쿠팡과 사업 전략은 다르나 빠른 거래액 성장, 높은 판매자 및 사용자 호응도, 파트너십을 통한 밸류체인 강화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갖추고 있는 네이버 쇼핑의 가치가 재평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쿠팡과 비교해 네이버의 기업가치는 최대 8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증권은 이날 목표 시총을 근거로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증권사 김현용 연구원은 "쿠팡은 올해 총 거래금액(GMV) 기준 P/GMV(PER/GMV) 1.0~1.7배로 아마존 대비 절반 수준이고, 알리바바와 유사하다"며 "네이버 쇼핑부문은 외형 측면에서 쿠팡과 1위를 다투는 사업자로, 자체 배송망 부재에 따른 쿠팡 대비 할인을 가정해도 네이버쇼핑 평가증은 최소 6조원에서 최대 18조원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네이버 쇼핑은 높은 포인트 적립률, 웹툰과 뮤직 등 자사 콘텐츠와의 연계 강화, 판매자 대출 등을 강점으로 확고한 생태계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며 "양사의 총 거래금액 규모가 대등해 쿠팡 대비 물류 열위를 감안해도 쿠팡과 비교해 네이버가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세에 1.5% 상승하며 3140대를 회복했다. 지난달 25일 3208.99로 장을 마친 이후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