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접종을 시도할 경우, 고령층이 백신을 거부하는 등 접종률이 떨어져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18세 이상 허가…질병청은 고령층 배제 결정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은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고령층에 대한 백신 효능 논란은 국민과 의료인의 백신 수용성을 떨어뜨려 접종률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코로나19 1분기 예방접종에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빠졌다. 1분기 접종 대상인 요양병원·요양시설·정신요양·재활시설의 입소자·종사자 중 약 37만 명에 달하는 고령층이 제외된 것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추후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만 18세 이상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품목 허가한 바 있는데, 실제 접종을 하는 질병청의 판단은 달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 분석 결과, 만18세~65세 미만 연령층에서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모두 검증됐다. 65세 이상 연령대에서도 안전성은 확인됐지만, 예방효과는 알 수 없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에 고령층 참가자가 적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임상시험 참가자는 660명이고, 접종군과 대조군에서 확인된 확진자가 각각 1명에 불과해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자료가 나올 수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식약처와 질병청 모두 추후 임상시험 결과를 확보해 명확히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식약처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인 점과 적어도 백신의 안전성은 확보됐다는 점을 고려해 현장에서 접종할 수 있도록 길은 열어주되, 실제 접종하는 질병청 및 의사가 판단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실제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질병청은 예방효과가 낮은 백신을 접종하는 데 고령층이 반발하고 접종을 거부할 경우, 고위험군 접종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예 확실한 근거를 찾을 때까지 고령층 접종을 미루기로 한 것이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국민 대다수의 예방접종이 필요하고, 결국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인 셈이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를 확보하면 고령층에 대한 예방효과 논란을 끝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임상시험 결과는 이르면 3월 말쯤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 청장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는 3만여 명 정도 참여하고 있고, 65세 이상 대상자도 상당수 포함돼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결과가 분석되는 시기가 3월 말인데, 저희는 그 전이라도 다른 과학적인 근거 자료들을 수집해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면 접종 계획은 언제든지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65세 이상 요양병원·시설 등 입소자·종사자의 접종을 늦어도 2분기에는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정 청장은 "65세 이상은 현재로서는 2분기 접종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노바백스 백신의 계약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도입되는 백신 등 다른 종류의 백신들도 대안으로 검토해 65세 이상이 우선적으로 접종받을 수 있는 계획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