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고지는 넘지 못했지만 초반 논란을 고려하면 시청률 성적만으로는 충분히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러나 중국 원작 소설 작가의 혐한 이력부터 역사 왜곡 문제까지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간만에 등장한 코믹 판타지 사극이었지만 '철인왕후'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방영 전부터 '철인왕후'가 리메이크한 중국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의 원작 소설 작가가 타 작품에서 드러낸 혐한 사상이 문제시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철인왕후' 제작진이 계약 당시 이를 인지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 사전 검토가 미진했다는 점을 방증했다.
'철인왕후'를 둘러싼 논란은 첫 방송 직후 더욱 가속화 했다. 원작 작가 혐한 이력을 불식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코미디를 위해 자국의 중요 문화 유산, 조선 왕족 등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최근 중국발 문화 동북공정으로 양국간 신경전이 한창이라 더욱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철인왕후' 방영을 중단해 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동의자만 10만명을 돌파했다.
실제 조선 철종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것이 치명적이었다. '철인왕후'는 술게임 노래에 종묘제례악 삽입,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한낱 '지라시'"라고 칭하는 대사, 조대비(조연희 분)가 철종(김정현 분)과 김소용(신혜선 분)의 잠자리를 노골적인 손짓으로 표현하는 장면 등으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조대비(신정왕후) 후손인 풍양 조씨 종친회 항의까지 받자 제작진은 당초 풍양 조씨, 안동 김씨 등으로 돼 있던 인물소개를 가상 성씨로 전면 수정했다. 그러나 끝내 철종과 철인왕후는 실존 인물로 남겨뒀다.
제작진은 사과문과 함께 문제된 내레이션을 삭제하는 등 사후 조치를 취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제재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철인왕후'는 지난달 20일 방심위로부터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권고'를 받았다.
방심위는 "해당 방송은 드라마라는 프로그램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드라마 내용 중 조선왕조실록, 종묘제례악 등 국보와 국가무형문화재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폄하하고, 실존 인물의 희화화 및 사실을 왜곡해 시청자 감수성에 반하고 불쾌감을 유발했다. 그러나 추후 제작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등 제작진의 후속처리를 감안했다"고 제재 결정 이유를 밝혔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철인왕후'의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세를 그렸다. 코믹과 로맨스를 넘나드는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흡입력 있는 대본이 그 밑바탕이었다. 물론 극 중 역사는 바뀌었지만, 인물들이 제자리를 찾아간 결말 등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렇다 해도 전체적으로는 성공을 거뒀다. '철인왕후'의 유일한 적수는 스스로 자초한 논란이었기에 이를 극복한 명백한 '역전승'이었다.
이제는 가정일 뿐이지만 만약 '철인왕후'가 '철종시대'를 연상케 하는 가상 배경의 사극이었다면 어땠을까. 원작 작가의 혐한 이력은 돌이킬 수 없어도 이 정도는 충분히 작가 재량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사안이었다. 기쁨마저 온전히 누릴 수 없는, 역사 왜곡에 빛바랜 성공이 더욱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