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나경원 '중도 러브콜', 안철수‧금태섭 '삐걱'…출렁이는 野

야권 '투트랙 경선', TV토론 등 상호 검증 돌입
국민의힘 오세훈·나경원, '서울시 공동운영' 시사…중도 호소 전략
안철수‧금태섭, 제3지대 단일화 시작부터 균열…첫 TV토론 무산

국민의 힘 나경원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 후보가 14일 남산 둘레길을 걸으며 야권 단일화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야권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TV토론에서 본격 상호 검증을 앞둔 가운데 '중도층 호소' 전략 변경과 토론회 무산 등으로 경선판이 출렁이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나경원 예비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서울시 공동운영'에 무게를 두며 중도표심 호소에 나섰고, 안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은 상호 이견으로 인해 첫 TV토론이 무산됐다.

◇일제히 중도층 잡기 나선 吳‧羅…'안철수' 러브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에 오른 예비후보들이 오는 16일과 19일, 23일 등 세 차례에 걸친 TV토론을 앞둔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은 중도 표심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당내 경선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은 각각 서울시장으로 당선될 경우 안 대표와의 '서울시 공동운영'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를 힘을 모아 공동 운영하기로 합의해 그런 형태의 단일화가 된다면 유권자들 입장에서 기대해볼 만할 것"이라며 "저는 중도 우파로 안철수 후보와 노선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성공적인 단일화로 선거에서 승리하면 서울시 공동 운영은 당연히 실천해야 할 기본 과제"라며 "안 후보뿐만 아니라 금 후보, 더 넓게는 조정훈 후보까지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야권 연대의 범위를 넓혔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야권 연대 플랫폼인 '자유주의 상식연합' 제안에 이어 이날 금 전 의원과 함께 '남산 둘레길 걷기' 행사도 진행했다.

국민의힘 소속 유력 주자들의 이같은 행보는 100% 일반 여론조사로 진행되는 본경선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야권 후보들 중에서 안 대표가 여전히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단 점을 고려하면 '서울시 연립정부'가 중도층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청년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앞서 지난해 12월 21일 안 대표도 출마 선언에서 연립정부 구상을 밝히며 야권 후보 단일화를 주장한 바 있다. 자신의 출마 선언 이후 국민의힘 후보들과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었던 셈이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세훈‧나경원 예비후보가) 단일화에 대해한 의지가 있고, 진정성이 있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받아 들이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내 한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예비경선의 일반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이 오 전 시장에게 지는 결과가 나오면서 나 전 의원 캠프가 충격을 받았단 소문이 돌았다"며 "100% 여론조사인 본경선 승리를 위해 둘 다 '중도표' 잡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첫 TV토론 무산…시작부터 삐걱대는 제3지대

국민의당 안 대표와 무소속 금 전 의원이 참여하는 제3지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이들은 당초 이달 15일과 25일 등 두 차례 TV토론을 펼치기로 했는데, 매체 선정과 형식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1차 토론이 무산된 상태다.

금 전 의원 측은 이날 오전 입장문에서 "예정된 토론 일자는 15일인데 아직까지 실무협의가 끝나지 않아 토론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무 협상만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해진 질문에 외워 온 답을 말하는 식'이 아닌 치열한 공방이 보장된 토론을 촉구했다. 원고 없는 즉석 토론을 요구하며 안 대표가 토론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셈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상권을 찾아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안 대표 측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원만한 단일화를 위해서는 상호 간의 이해와 진정성이 중요하다"며 "TV토론은 한쪽의 일방적인 고집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조속한 실무논의 재개를 통해 차이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TV토론 무산 배경과 관련해 양측은 실무협상 내용을 공개하면 자칫 공방전으로 번질 소지가 있어 표면적으론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상대방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공격이 이어지자, 양측 모두 감정이 격앙된 분위기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단일화 TV토론을 딱 1회만 할 수 있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설 연휴 직전에 양측 모두 받았다"며 "향후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의 토론 문제도 있는데 그걸 뻔히 알면서 기존대로 일정을 고집하는 금 전 의원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15일과 25일 TV토론을 갖겠다고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미 실무협상에서 토론 날짜와 횟수까지 우리가 양보한 상황"이라며 "선관위의 '1회 토론 제한'은 말 그대로 유권해석일 뿐이다. 나중에 이의 제기 등을 통해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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