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누나', '동생'이라 부르며 친분을 과시하던 예비후보들의 발언에서도 팽팽한 기 싸움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민주당다운 공약이라 보기 어렵다"
포문을 연 건 우상호 예비후보다.
우 예비후보는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맞상대인 박영선 예비후보를 직접 비판했다.
그는 "박 후보가 발표한 공약들은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 영역에 머물러 있어 오늘부터 날카롭게 정책역량 검증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 삼은 건 '21분 컴팩트 도시' 구상이었다. 21분 컴팩트 도시는 서울 어디서든 주거·일자리·여가시설에 21분 내 닿게 하겠다는 박 예비후보 대표공약이다.
우 예비후보는 "21분 도시 공약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민주당다운 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TV 토론 등을 통해 날카롭게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비판이지만 굳이 '민주당답지 못하다'는 표현을 사용해 박 예비후보와 당내 열성 지지층 사이 거리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박 예비후보는 지난 2014년 더불어민주당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재임 시절 새누리당이 제시한 세월호특별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가 지지층의 뭇매를 맞았었다.
2017년 19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편에 서서 경쟁자였던 문재인 예비후보를 향한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한때 '비문(비문재인)'계로 분류됐었다.
때문에 박 예비후보 측에서는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력이나 내각에 지명됐던 점을 들어 '원조 친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우 예비후보가 그 틈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우상호 "박영선, 디펜딩 챔피언 전략"
최근까지 공개석상에서도 '영선이 누나'라고 부르며 민주당 원팀을 강조했던 우 예비후보가 이처럼 신경전을 자처한 배경으로는 '지지율 격차'가 주로 꼽힌다.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발표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박 예비후보와 우 예비후보는 각각 26.2%와 7.7%를 기록했다. (YTN TBS 의뢰로 7~8일 조사.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두 후보 간 격차는 지난해 말 1차 조사 때보다 더 벌어졌다.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난 우 예비후보는 "박 예비후보는 쟁점을 만들지 않는 선거 방식, 디펜딩 챔피언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정책 검증 과정에서 내용이 비교되면 전세를 역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박영선 예비후보는 "민주당답다는 게 무슨 말인지 되묻고 싶다"라고 맞받았다.
박 예비후보는 선거캠프를 통해 이렇게 전한 뒤 "우리는 집권 정당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평소 '동생'이라 애칭하던 우 예비후보를 향한 '뼈 있는 조언'을 던졌다.
다만 "정책에 대해서는 앞으로 TV 토론에서 충분히 토론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논란이 사전에 과열되지 않도록 경계했다.
한편 두 후보는 15일, 17일 동시에 방송 토론을 벌인다. 민주당 경선 투표는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나흘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