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하이닉스, '반도체·가전 특수'속 고민은?

황진환 기자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전기전자 업계는 작년 한해 코로나19 위기속에서도 반도체·가전 등 주력 제품의 판매 호조로 눈부신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산업 전반이 고전했지만, 전기전자업계는 비대면 특수·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 등이 가세하면서 사업 매출이 크게 늘어 나홀로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도 올해 역시 반도체 호황과 가전 판매 호조가 이어져 지난해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총수의 사법리스크, 모바일 사업 조정, 성과급 논란 여파 등은 각사별로 떠안고있는 '아픈 손가락'들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속 '총수 부재' 악재

스마트이미지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약 36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여세를 몰아 올해 반도체, 가전, 모바일 등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반도체 부문 중 시스템 반도체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올해부터 2~3년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도 5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고, 모바일 부문의 선전 등으로 올 2분기부터 실적 개선세가 본격화하면서 연간 실적이 지난해 수준을 가볍게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수급이 공급 부족 상황을 맞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로서는 호재다.

다만, 대만 TSMC의 미·일 반도체 삼각축 형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재수감은 삼성으로선 뼈아픈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4분기 실적발표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전략적 시설 투자 확대와 함께 오는 2023년까지 의미 있는 규모의 M&A(인수합병)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1위 달성을 위한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美오스틴 반도체 공장 증설 등 다양한 투자 전략 플랜의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일본·미국과의 밀월 관계를 강화,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삼성전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세계 공급망을 넓히고 대규모 투자를 할 적기지만 총수의 부재로 인해 타이밍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중 기술 패권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테크 기업 입장에선 리더십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하지만 현재 삼성의 사정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LG전자, 역대급 실적 기대되지만…모바일 철수 '먹구름'

연합뉴스
LG전자는 지난해 이른바 코로나 특수로 가전 매출이 크게 오르며 사상 처음 연간 실적 3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LG전자 실적의 저력은 TV와 가전에서 나왔다. 여기다 신(新)가전으로 불리는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의 인기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판매 증가 등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LG전자가 올해도 가전 판매 호조와 전장사업 실적 개선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신기록 경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가 지난해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마그마)'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JV)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을 설립한 것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LG전자는 합작법인을 통해 마그나는 물론 마그나 고객사로부터 신규 수주를 기대할 수 있게 돼 조기에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전장사업은 지난해 초 북미와 유럽 지역 완성차 업체의 가동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업이 정상화되면서 자동차 부품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섰고 신규 프로젝트의 매출이 늘어나며 실적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다만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악재다. 현재 LG전자는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MC사업본부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가 감소하고 4G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칩셋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매출액과 손익이 영향을 받았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MC사업본부)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MC사업본부 전체를 한꺼번에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MC사업본부를 정리하면 당장의 적자 폭은 줄어들겠지만, 자칫 그룹의 미래 사업 플랫폼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따라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핵심 모바일 기술은 더욱 발전시켜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핵심 모바일 기술은 단말기뿐 아니라 스마트 가전, 전장 사업 등에 중요한 자산"이라며 "사업부 정리는 단말기 등 하드웨어 부분을 말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메모리 강자 등극 호재…성과급 논란에 '화들짝'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31조 9004억원, 영업이익이 5조 126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와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진 모바일 수요 강세에 적극 대응해 전년 동기 대비 298% 증가한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올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까지 있는데다 지난해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부문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텔 낸드 부문을 인수하면서 SK하이닉스는 낸드 후발 주자가 겪을 수 밖에 없었는 '기술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았다.

또한 D램에 편중돼 있었는 SK하이닉스의 매출 구조를 다양화함과 동시에 SK하이닉스의 제품 경쟁력 자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D램은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테이터센터 투자로 서버향 제품수요 확대를 예상했고, 낸드플래시의 경우 현재 업계 전반의 높은 재고 수준이 상반기중 해소되면서 하반기부터 시황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따라 SK하이닉스는 올해 이러한 수요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동시에 전략 제품 매출 비중을 확대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불거진 '성과급 논란'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에 SK하이닉스 사측은 올해부터 PS(초과이익 분배금) 산정 지표를 수치가 명확히 공개되는 영업이익과 연동하겠다고 밝히며 급한 불은 끈 상태다.

앞서 일부 사원들은 올초 사측이 책정한 지난해 성과급이 동종업계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PS 책정 기준을 알려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커졌다.

이에 이석희 사장, 최태원 회장까지 나서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부 직원들은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경력직 채용에 나서자 동요하는 모습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이직을 고민하는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인재 지키기'이기 때문에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경영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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