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업]"시험 한번 잘 보고 평생 정규직? 우리는 왜 평가를 꺼려하나?"

'쌀 재난 국가' 신간 펴낸 이철승 서강대 교수
호봉 포기 하고 모두 무기계약직 형태로 가야
SK 성과급 논란...하청업체도 배분 받을 자격 있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 FM 98.1 (18:25~20:00)
■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이철승 교수 (서강대 사회학과)


◇ 김종대> 우리 사회 불평등 구조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 이 문제에 관해 꾸준히 연구하고 계신 불평등 세대에 이어 쌀재난국가로 주목받고 있는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이철승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철승> 안녕하세요.

◇ 김종대> 아주 따끈따끈한 책을 내셨습니다.

◆ 이철승> 감사합니다.

◇ 김종대> 장안의 화제가 됐던 내용. 이번 책이 쌀이랑 우리 사회 불평등을 이렇게 엮어서 보는 아주 독특한 시각이세요. 저는 이런 어떤 맥락이 참 특이하다 이렇게 느꼈는데요. 어째서 쌀이 재난을 만들어낸 국가다 이렇게 보여지도록 책을 쓰셨습니까?

◆ 이철승> 긴 이야기인데요. 쌀은 우리가 먹을 때는 당연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먹지만 맛있게. 그런데 이제 굉장히 많은 물을 필요로 해요. 그리고 일시에 대단히 노동을 필요로 하고요. 그래서 잘 만들어진 협업 조직이 필요하고 그리고 그 협업 조직을 통해서 물을 잘 다스릴 수 있어야 돼요.

◇ 김종대> 소위 치수.

◆ 이철승> 그렇죠. 치수죠,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얘기죠. 그런데 이제 저는 여기에 이걸 수천년 동안 우리가 동아시아에서 쌀 재배를 해 오면서 만들어낸 독특한 우리의 협업 양식이라고 제가 표현한 건데요.

◇ 김종대> 협업 양식.

◆ 이철승> 협업 양식을 중심에 두고 이제 생산을 함께하는 거죠. 생산을 함께하는데 그런데 소유는 또 따로 해요. 아주 독특한. 같이 생산하고 같이 소유를 했으면 그건 사회주의죠. 그런데 같이 생산하고 소유는 따로 해요.

◇ 김종대> 그러니까 공동 생산 따로 사적 소유.

◆ 이철승> 그렇죠. 따로 사적 소유. 가구별 소유죠. 여기에서 이제 독특한 한국 더 크게는 동아시아인들의 이 성정이 만들어졌다고 저는 봅니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김종대의 뉴스업 제작진)


◇ 김종대> 성정. 하나의 문명의 특성을 만들고 거기에서 우리의 어떤 심성 여러 가지 어떤 문화적 코드가 발생이 됐다. 궁금합니다. 그러면 그런 공동 생산과 사적 소유가 만들어낸 심성이라는 게 어떤 걸까요?

◆ 이철승> 제가 협업과 경쟁의 이중주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같이 협업을 한다는 건 남의 논에 내 발을 담근다는 얘기죠. 그렇죠? 그리고 내 논에 같이 농사를 지으면 서로.

◇ 김종대> 품앗이.

◆ 이철승> 그렇죠. 상대방의 논에 발을 담가야 돼요. 속속들이 서로의 생산의 과정들을 파악하게 되는 거죠.

◇ 김종대> 그러니까 남의 집에 숟가락 몇 개인지 다 아는구나.

◆ 이철승> 그렇죠, 거기서 나오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나중에 수확은 따로 해요. 제 건 제가 다 가져가고 김종대 선생님 건 김종대 선생님이 다 가져가는 그런 시스템이죠. 여기에서 긴밀한 협동의 협업의 기술이 발달함과 동시에 서로에 대한 질시도 싹튼다고 보는 거예요. 동아시아인들에게 특히 한국인들에게 아주 강력하게 보이는 경쟁과 질시의 심리가 저는 여기서부터 비롯된다고 보는 거죠.

◇ 김종대> 그러니까 참 묘합니다. 협력하면서 경쟁하고 질시하는.

◆ 이철승> 그렇죠.

◇ 김종대> 서로 공존하는 얘기인데.

◆ 이철승> 그러니까 서로 애초에 뭘 생산하고 얼마나 생산하고 얼마나 투여를 했는지 모르면 이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요.

◇ 김종대> 그러면 쌀이 그렇다고 그러면 밀농사는 그렇지 않나요?

◆ 이철승> 그렇죠. 밀농사는 그냥 뿌리면 알아서 커요. 뿌려놓고 알아서 클 때 그때 수확을 하면 돼요. 그런데 쌀은 굉장히 민감하고 다루기 힘든 작물인 거죠. 대신에 밀에 비해서 여러 배 3배에서 5배의 생산성을 자랑을 하고요.

◇ 김종대> 생산성이.

◆ 이철승> 그리고 밀에 비해서 쌀은 2배 이상의 생산성을 자랑을 해요. 그러니까 더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거죠.

◇ 김종대> 그러면 이 쌀농사에서 위계라는 것은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되었습니까?

◆ 이철승> 저는 이걸 기술의 축적이라고 보는데요. 벼농사를 많이 지어본 사람이 어떤 땅에서 얼만큼 물을 주고 어떻게 거름을 주고 어떤 거름을 주고 이런 많은 지식들을 축적한 사람이 누구겠냐는 거죠. 나이 많은 연장자일 수밖에 없는 거죠.

◇ 김종대> 연장자일 수밖에 없는.

◆ 이철승> 그래서 이제 쌀농사 문화에서 연장자에 대한 우대 문화가 나오고 이제 이게 결국에는 연공제로 발전했다고 저는 보는 거죠.

◇ 김종대> 연공제요? 그런데 우리나라도 보면 무슨 위계를 매길 때 전부 밥과 관련되어 있어요. 군대에서는 간부 식당이 있어요. 그런데 전 세계에 가면 그런 게 없거든요. 또 우리나라 학교 가면 교수 식당이 있어요. 그런데 전 세계 어느 나라 가도 없어요, 그런 거.

◆ 이철승> 공장에서도 고용 형태에 따라서 밥을 따로 먹죠.

◇ 김종대>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교수님이 보시기에 이런 쌀문화로부터 유래됐다고 보는 어떤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 과연 뭘까요?

◆ 이철승> 한 가지는 그거예요. 우리 사회가 점점 불평등해지고 있는 건 틀림없는데 서구랑 비교해 보면 또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거든요, 아직도. 물론 이제 단시간 안에 경제발전과 함께 불평등이 급속하게 악화되기 때문에 소득과 자산의 배분과 축적이 불평등해졌죠. 그리고 이제 두 번째는 이동성의 문제예요.

◇ 김종대> 이동성, 계층이동.

◆ 이철승>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이들이 쉽게 올라갈 수 있느냐. 그래서 이동이 가능하느냐의 문제가 있고 세 번째는 인식의 문제가 있어요. 불평등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냐 아니면 불공정한 것으로 받아들이느냐. 저는 동아시아에 아까 말씀드린 이 협업과 경쟁의 문화 그리고 질시의 문화 속에서 불평등을 우리는 쉽게 용인하지 못해요.

◇ 김종대> 용인하지를 못한다.

◆ 이철승> 불평등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죠. 그래서 이 불평등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한 가지가 있고요. 그리고 이제 가장 중요한 불평등 문제를 제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건 연공제예요.

◇ 김종대> 연공.

◆ 이철승> 연공의 서열에 따라서 임금과 호봉,보상이 달라지는 거죠. 그런데 이제 이 문제가 저는 굉장히 한국 사회 오늘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 중에 하나다.

◇ 김종대> 주로 연공에 관한 문제를 불평등의 핵심 키라고 보신다는 것은 현재의 어떤 현대 산업사회, 자본주의 여기서 생성되는 어떤 계급의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는 과거 역사 문화적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뜻인가요?

◆ 이철승> 계급으로 우리가 불평등을 설명할 때는 자본 대 노동으로 설명을 하죠. 그런데 이제 연공제를 제가 힘주어서 이야기하는 건 노동 내부의 불평등이 자본과 노동의 불평등 못지않게 지금 중요한 심각한 이슈다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거죠.

◇ 김종대> 그러니까 노동 내에서도 위기네요?

◆ 이철승> 그렇죠.

◇ 김종대> 자본과 노동 관계를 초월해서.

◆ 이철승> 그렇죠. 그런데 이게 우리 노동시장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냐면 연공제 자체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굉장히 동년배에서 강력한 평등주의를 추진을 하면서 solidarity, 연대를 하기가 쉬워요, 노동자들 간에. 그런데 문제는 저희 사회의 독특한 이 인구 구조와 세대 문제, 세대 네트워크라고 불리는데 강력한 노동조합의 활동. 그리고 이제 바로 연공제, 제도 이 세 가지가 착종된다고 제가 표현을 하는데. 최초의 우리나라 노동조합 운동은 평등을 추구를 했지만 사실은 그 내용은 아주 강력한 임금 상승 투쟁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이제 전투적 경제주의라는 표현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전투적으로 자본가와 최대한 많이 싸워서 많이 가지고 오는 노동계에. 그런데 이게 문제가 90년대 2000년대 이걸 너무 잘해서 기업의 임금 테이블을 기울기를 이렇게 높여놨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연공 수준이 입직 대비 30년이 지났을 때 얼마큼 호봉제의 기울기를 이렇게 재는 거죠. 30년이 지났을 때 얼마큼 받느냐. 처음에 100이었으면.




◇ 김종대> 그 기울기가 가파르면 더 새치기가 심하다는 얘기네요.

◆ 이철승> 그렇죠, 그렇죠. 그래서 처음에 입직 때 20대 후반에 100을 받으면 보통은 유럽은 한 1. 6에서 1. 7배 정도 돼요, 30년 후에. 일본은 한 2. 45배 정도 돼요. 우리나라는 3. 3에서 3. 5배 세계 최고예요. 그런데 이제 이게 2000년대에는 큰 문제가 안 됐는데 왜냐하면 인구구조에서 제일 두꺼운 지금 57~58년 출생부터 73~74년 출생 세대라는거대한 1, 2차 베이지부머 세대들인데요. 이 15년에 걸친 이 세대들이 아직은 30, 40대에 머물러 있었어요. 그때는 이게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지금 2010년대에 이들이 지금 전부 다 김종대 선생님이랑 저랑 전부 다 50대로 진입하면서 기업의 인구구조가 역삼각형이 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 김종대> 역삼각형.

◆ 이철승>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호봉제를 타고 다같이 올라갔죠. 3. 3배의 호봉제를 타고 우리 50대가 다같이 여기 올라와서 인건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죠. 그럼 이제 기업들은 여기에서 어떻게 응대를 하냐면, 응답을 하냐면 첫째는 고용을 줄이죠, 청년 고용을 줄이고요. 그래서 청년 고용이 1999년에서 2004년 이쯤에는 청년 20, 30대가 차지하던 비중이 한 40%가 조금 넘었었어요, 상당히 높았죠. 40~50%가 됐는데 지금은 30% 정도로 떨어진. 대신 우리 40~50대들은 거꾸로 늘어난 거죠.

그래서 청년 고용이 줄고 또 그다음에 비정규직이 늘죠. 그렇죠? 웬만하면 비정규직은 싸게 시급으로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고 고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는 자본 이탈이죠. 너무 이제 높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까 외국으로 나가는 거죠. 그래서 이제 이런 문제들을 우리가 좀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해 보자라는 생각에서 제가 이전에 불평등의 세대를 썼고 이번에 쌀재난국가에서도 결론에 이제 이 연공제, 연공 문화를 어떻게 우리가 좀 더 합리적인 직무와 능력에 기반한 보다 합리적인 직무평가를 동반한 제도로 바꿀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번 해 보자는 취지에서 제기를 했습니다.

◇ 김종대> 그런데 말입니다. 연공이라는 게 지금은 이렇게 어떤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불평등 요인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우리한테는 너무나 당연한 질서 같았어요. 그런데 이것을 갖다가 바꿔야 된다 그러면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 이철승> 이런 거죠. 첫째는 직무급이 더 공정하고 정당하다는 거예요. 쉽게 얘기하면 이 사람이 하는 일의 종류에 따라서 임금을 결정하는 거예요. 이 사람이 예를 들면 CBS 방송국에서 어떤 사람은 글을 쓰고 어떤 사람은 방송 진행을 하고 어떤 사람은 프로그램 틀을 만들고 이런 어떤 일을 하는지에 따라서 이 사람의 봉급을 결정하는 거죠, 임금을.

◇ 김종대> 사람의 나이라든가 경험이라든지 이런 게 일단 출신이 아니라 어떤 일을 했어 이것만 보자 이거군요.

◆ 이철승> 그리고 이제 그 일 안에서 숙련이 얼만큼 쌓이는지에 따라서 물론 나이가 들면서 숙련이 상승하겠죠, 보통의 사람들은. 그러면 이제 그에 따라서 숙련급을 거기에 더해서 주는 거죠. 그런데 나이가 올라간다고 자동으로 임금이 같이 올라가는 시스템은 아닌 거죠.

◇ 김종대> 아니다, 이게 바로 직무급이다.

◆ 이철승> 그게 직무급이죠.

◇ 김종대> 그러면 연공 문화에서 직무의 문화로 이렇게 전환 이게 과연 우리 사회에서도 가능할까요?

◆ 이철승> 남들이 다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김종대> 할 수 있다.

◆ 이철승> 중국, 대만도 오래전부터 해 왔고일본도 역할급이라는 이름으로 직무급과 연공급을 믹스해서 점점 직무급 쪽으로 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 김종대> 우리 주변 나라들이 그런 추세다.

◆ 이철승> 그리고 우리는 모르지만 한국에 들어와 있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한국 사람과 직무급에 기반한 연봉 협상들을 하고 있어요.

◇ 김종대> 그런데 막상 저희가 체감하는 노동 현실은 직무와 관련된 정당한 대가하고는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신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이가 많이 나요.

◆ 이철승> 그렇죠. 그래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차별의 핵심은 연공급이에요. 과거에는 연공급 플러스 각종 복지수당 이런 것들이었는데 복지수당이 많이 향상이 되면서 차이는 연공급을 즐길 수 있느냐 없느냐 차이로 바뀐 거죠.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노조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지엠 불법파견 중단과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김종대> 그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다.

◆ 이철승> 그래서 사실은 제가 주장하는 건 좀 급진적인 주장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다같이 무기계약직으로 가자는 거예요.

◇ 김종대> 전부 다.

◆ 이철승> 호봉급을 포기하고. 다 같이 무기계약직으로 직무급을 받으면서 조금 더 어려운 일을 하고 조금 더 힘든 일을 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주자는 얘기죠.

◇ 김종대> 그러면 예컨대 입사시험 한번 잘 치르고 평생 정규직. 또는 고시 한번 합격했다고 해서 평생 우려먹는 이렇게 시험이 모든 걸 결정하는 게 직무평가하고는 전혀 무관하다?

◆ 이철승> 직무평가를 해 본 적이 없는 거죠,우리는.

◇ 김종대> 우리나라는 해 본 적이 없다.

◆ 이철승> 시험과 연공급으로 저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평가를 보다 합리적으로 하는 사회로 바꾸자는 거죠. 저희도 없어요, 교수 사회도 없어요.

◇ 김종대> 교수 사회는 어떻습니까?

◆ 이철승> 교수 사회는 제가 늘상 드리는 사람인데 논문 하나에 100점이에요.

◇ 김종대> 논문 하나에 100점.

◆ 이철승> 한국 말로 쓰면 100점, 한국 말로 책을 쓰면 300점, SSCI 영어로 쓰면 500점 이런 식이에요. 그런데 그 논문의 내용에 대해서 몇 개 쓰냐 수량적인 평가일 뿐이죠. 그런데 그 논문이 얼마나 뛰어난 논문인지 얼마나 이 사회에 기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아요.

◇ 김종대> 외국 대학은 어떤가요?

◆ 이철승> 논문을 직접 읽죠. 논문을 읽고 그것에 대해서 깊이 이해를 한 상태에서 이 논문이 좋은 논문인지 뛰어난 논문인지 아닌지를 동료들이 평가를 해요.

◇ 김종대> 그렇습니까?

◆ 이철승> 우리는 동료들이 이야기하기를 굉장히 꺼려해요, 서로. 직무평가를 하기 싫어해요.

◇ 김종대> 그래서 어떤 교수님이 내 논문은 우리 조교밖에 안 읽는다. 그러니까 한 교수가 내 논문은 조교조차도 안 읽는다. 이러면서 논문 넘기는 게 중요하지 누가 읽는 게 중요하냐 이런 농담도 하더라고요.

◆ 이철승> 사실은 숙련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우리가 평가하는 시스템을 서로 무서워해요, 서로 꺼려해요. 그런데 이걸 합리적으로 잘 발달시켜서 서로 이 직무평가나 숙련 평가를 인정하는 사회가 더 공정하고 제가 보기에는 더 합리적인 사회라고 봐요. 저는 노동조합이 이 직무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입해서 어떻게 하면 이 직무평가 때문에 이제 불평등이 새로 생길 수도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어려운 일을 한다고 해서 굉장히 높은 임금을 받을 수도 있는데 노동자들 사이에 이 불평등이 생기는 직무로 인해서 생기는 불평등을 이제 축소시키는 게 노조의 역할이 되겠요.

◇ 김종대> 지금 노조랑 반대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요?

◆ 이철승> 맞습니다.

◇ 김종대> 전교조는 교수 평가 성과급제하자고 그러면 반대하고 성과평가하자고 하면 안 받아들이거든요.

◆ 이철승> 그렇죠. 연공급을 지키는 연공급 연대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 김종대> 연공급 연대다. 그게 지금 정규직 노조의 역할이다 이렇게 보시네요. 그러면 말씀하신 대로 직무평가를 어떻게 할 거냐 어떻게 평가를 해야 될까요?

◆ 이철승> 그런데 이제 이걸 평가를 안 하고 퉁 치면서 살아오다 보니 이번에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문제 가지고 커다란 논란이 불거졌잖아요.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 김종대> 맞습니다.

◆ 이철승> 이런 성과급 문제도 아까 말씀드린 직무평가와는 연관이 되어 있기도 하고 연관이 돼 있지 않기도 하고. 같이 연동시킬 수도 있고 연동 안 시킬 수도 있는데요. 일단 그냥 성과급 문제만 얘기해 보면 기본적으로 이 성과급 문제를 노동자와 사내 유보를 지킬지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분배를 할지 아니면 주주에게 배분을 할지 크게 세 가지로 기업의 이윤이 쓰이는데 이 이윤을 어떻게 분배를 할지에 대해서 노동자들과노조와 충분히 교섭을 안 한 거예요.

그 내용을 투명하게 밝히고 그리고 이제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성과급을 협상을 하는 문화를 키워왔어야 됐는데 그런 것들을 안 해 온 거죠. 그래서 둘째로는 이제 또 한 가지는 이 성과급을 이제 아까 말씀드린 정규직들만 성과급을 받죠. 사실은 비정규직도 동일한 밸류체인 동일한 생산 과정에서 이 성과급을 기업의 이윤을 만드는 데 기여를 했으면 같이 성과급을 받아야 되는 거죠. 사실은 그런데 이 이야기가 안 되고 있어요.

◇ 김종대> 전혀 안 되고 있다.

◆ 이철승> 사실은 그래서 성과급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용 형태 정규직,비정규직을 뛰어넘어서 심지어는 제 개인적인 주장입니다마는 하청업체까지도 여기에 성과급을 배분받을 자격이 있다고 저는 봐요. 그런데 이제 다른 회사죠. 다른 회사한테 성과급을 줄 때 당연히 노동자들이 반발하겠죠. 그리고 물론 기업주도 반발을 할 테고 그런데 사실은 밸류체인에서 다 같이 기여를 한 거잖아요. 그런데 단가 후려치기나 이런 것들로 해서 하청업체를 쥐어짜기 해서 만든 기업성과급일 수도 있거든요, 이익일 수도 있거든요.

◇ 김종대> 그렇죠.

◆ 이철승>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우리가 사회적으로 의논을 해야 된다는 거죠.

◇ 김종대>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익공유제라든가 또는 사회연대임금제라든가 이런 이야기도 그런 대안으로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 이철승> 나오고 있죠. 그런데 저는 이미 모든 거래가 끝난 상황에서 이익공유를 하는 건 저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요, 판이 끝난 거죠. 그런데 판이 시작하기 전에 계약을 해야 된다고 봐요. 한 가지 방법은 이익공유를 하는 기업한테 그만큼의 법인세를 깎아주는 게 한 가지 방법이겠죠. 그럼 이제 김종대 선생님 기업주시면 법인세를 깎고 밑의 하청업체한테 이익을 공유하시겠어요, 아니면.

◇ 김종대> 지금 그런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때마침. 저는 굉장히 좀 긍정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 이철승> 그런 인센티브 같은 것들을 국가가 기업들에게 제시를 할 필요가 있고 사회적 합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저는 보는 거죠.

◇ 김종대> 어쨌든 지금 말씀하신 것들은 이렇게 우리 사회의 분배의 룰을 다시 짜자는 건 불평등을 해소하자. 이런 취지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라고 보거든요.

◆ 이철승> 한국 사회가 앞으로 이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되는지, 불평등 해결과 관련해서. 이제 저는 이제 마지막으로 이야기돼야 될 것이 보편복지 문제인데요. 제가 말씀드린 쌀재난국가에서 국가 부분이 뭐냐 하면 쌀과 재난에 대응하는 재난 대비 국가라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이제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지는 국가가 우리가 수천 년 동안 만들어온 국가가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고 재난으로부터 피해자들을 잘 구휼하는 국가거든요. 그런데 이제 재난 시기에만 잘 작동하면 그만인 국가죠.


왜냐하면 마을 단위에서 알아서 다들 자체적으로 생산 시스템을 돌리고 있으니까,평소에는.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재난대비 국가,구휼 국가로만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러려면 각종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겪고 있는 질병, 노령화, 출산 이 모든 문제들을 다같이 안전망을 만들어주는 그런 국가여야 하는데. 그럼 과연 이제 우리는 보편복지 국가로 가야 되느냐 아니면 선별복지 국가로 가야 되느냐.

◇ 김종대> 항상 정치권에서 매일 하는 논쟁이죠.

◆ 이철승> 매일 하는 논쟁이죠. 그런데 이제 재원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된다.

◇ 김종대> 재원.

◆ 이철승> 재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시적으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가장 코로나 상황이죠. 가장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국민들과 계층에게 수혜를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저는 선별지급이 맞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보편복지 국가로 가야겠죠. 그러려면 당연히 증세를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국민적으로 동의를 얻지 않으면 그런 정치 세력이 출현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이 구휼국가, 재난대비 국가로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김종대> 구휼국가는 현대적인 의미에서는 아주 소극적인 그런 나라이고 조금 더 적극적인 나라로 가야 되는데그러면 중부당 중복지 이런 논의에도 좀.

◆ 이철승> 저는 개인적으로 고부담 고복지로 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종대> 고부담으로. 멀리 나가셨습니다.

◆ 이철승>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고부담 고복지 국가로 가는 게 아주 힘들죠.

◇ 김종대> 힘들죠. 저항이 만만치가 않죠.

◆ 이철승> 저항이 만만치 않고 이것도 벼농사 체제에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소농사회라고 부르거든요. 소농사회고 마을 단위로 만들어진 사회이기 때문에 소농과 마을을 뛰어넘는 연대를 잘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 연대의 경험이 박약하기 때문에연대를 조금씩 만들어내야죠. 이게 2011년 무상급식이나 이제 최근에 재난대비 저희가 기금을 한 번 썼죠, 전 국민에게 나눠주고 이런 경험들을 잘 축적시켜야겠죠.

그런데 결국에는, 결국에는 복지라는 건 보험이에요. 기본적으로 보험에서 우리가 얼마큼 우리의 임금이 생산물에서 일부를 떼서 같이 공유를 해서 이걸로 다같이 위험이 왔을 때 이걸 위험에 처한 사람한테 얼마큼 많이 나눠주느냐의 문제거든요. 그래서 그러려면 보험 떼어내는 파이를 키우지 않으면 보편복지 내지는 관대한 복지국가로 가기가 힘들겠죠.

◇ 김종대> 알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독자들에게 이번에 쓰신 쌀재난국가 이 책이 어떻게 읽혀지기를 원하십니까?

◆ 이철승> 이 책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이해하는 책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걸 먹거리와 먹거리 생산을 둘러싼 그리고 재난. 그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협업. 그리고 이 협업을 위해서 국가와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에 대한 역사를 이해하고 우리의 오늘을 돌아보자는 이야기죠. 그래서 결국에는 우리는 지금 어떤 국가와 어떤 사회를 만들었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협업 문화를 통해서 또 국가와 또 어떤 계약을 이룰 것인가까지 한번 이야기를 해 보자는 생각에서 이제 이 책을 썼습니다.

◇ 김종대> 결국은 이 문명의 흐름이 어디로 가는 거냐.

◆ 이철승> 그렇죠.

◇ 김종대> 그런 걸 과거와 현재 또 미래를 한번 같은 선상에 놓고 조망해 보자는 이런 의도신 것 같은데.

◆ 이철승> 맞습니다. 좀 긴 역사 속에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번 보자는 이야기죠.

◇ 김종대> 오늘 벼농사로부터 우리 후기 산업사회 불평등의 문제까지 쭉 조망해 주신 짧은 시간에 우리가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쌀재난국가 이번에 새로 낸 책의 저자였습니다.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이철승 교수님 말씀 감사합니다.

◆ 이철승> 감사합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