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은 현역선수 가운데 가장 농구 이해도가 높은 선수 중 한명이다.
하지만 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AT&T센터에서 열린 2020-2021 NBA 정규리그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원정경기에서는 실낱같은 마지막 기회를 날리는 어이없는 판단 실수를 범했다.
골든스테이트는 97대101로 뒤진 4쿼터 종료 9.2초 전 스테픈 커리의 극적인 3점슛으로 희망을 되살렸다.
샌안토니오의 간판 더마 드로잔은 상대의 반칙 작전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었다. 샌안토니오 103대100으로 앞섰고 시간은 8.7초 남았다.
골든스테이트는 커리에게 패스할 계획이었으나 상대 수비 때문에 여의치 않자 그린이 먼저 공을 잡았다. 그린이 커리를 비롯한 슈터들에게 공을 넘겨 동점 3점슛을 노리는 작전이 필요했다.
그런데 중앙선 부근에 서있던 그린은 공을 잡자마자 이상한 자세로 장거리 3점슛을 시도했다.
공은 림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결국 골든스테이트는 동점 기회가 걸렸던 마지막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고 경기는 샌안토니오의 105대100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린은 그 타이밍에 그곳에서 왜 3점슛을 쐈을까.
그린은 공을 잡은 직후 샌안토니오의 가드 데릭 화이트가 가까이 다가오자 곧바로 슛을 던졌다. 화이트가 자신에게 반칙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만약 3점슛 시도 과정에서 반칙을 얻는다면 자유투를 3개 던질 수 있다.
경기 막판 3점차로 앞선 팀은 동점 기회를 차단하기 위해 차라리 자유투를 주는 반칙 작전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점수차가 좁혀지더라도 상대 역시 반칙 작전을 할 수밖에 없고 남은 시간은 점점 줄기 때문에 실수만 없다면 해볼만한 작전이다.
하지만 NBA의 베테랑 사령탑 그렉 포포비치 샌안토니오 감독은 팀이 앞선 상황에서는 반칙 작전을 하지 않는 편이다.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은 "샌안토니오는 그런 상황에서 일부러 반칙을 하는 팀이 아니다. 내가 선수들에게 그 부분을 미리 알렸어야 했다"며 아쉬워 했다.
그래도 그린이 잘못 했다.
미국 언론 'SF게이트'는 "그린의 3점슛 성공률(18.9%)은 워싱턴 내셔널스의 투수 맥스 슈어저의 타율(0.182)과 비슷하다. 샌안토니오로서는 슛이 좋지 않은 그린이 차라리 슛을 던지는 게 더 나았고 반칙을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해당 장면을 평가했다.
그린도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상대 선수의 반칙을 예상한 판단 자체는 나름 스마트(smart)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정작 상대가 슛이 안 좋은 자신에게 반칙을 할 리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찰나의 순간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린은 경기 후 현지 언론을 통해 "마지막 플레이는 똑똑한 멍청이나 할 법한 플레이였다. 경기를 멍청하게 끝내버리는 방법에 있어서는 정말 스마트한 플레이였다"며 자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