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이 부산 동구 공무원 2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하는 9일 오전. 동료가 구속 갈림길에 섰다는 소식을 접한 직원들은 평소보다 어두운 표정으로 업무에 임했다. 관련 언급을 자제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었지만, 무겁고 침통한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지난해 8월 경찰이 찾아와 구청 곳곳에서 압수수색을 벌일 때와 비슷한 장면이었다.
동구청 공무원 A씨는 "직원들 모두 침수 사고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고, 희생된 분과 유가족의 마음도 이해한다는 반응이다"라며 "하지만 당시 관내 곳곳에서 침수 등 피해가 발생하면서 직원들이 모두 투입된 상태였다. 열심히 했지만 사고가 발생했고, 결국 책임까지 지게 되자 직원들 사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공무원 B씨는 "분위기가 매우 가라앉아 있다. 다들 말을 꺼내기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이라며 "사고 일주일 전에도 동천이 범람했고, 이 때문에 사고 당시에도 동천 범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던 것 같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직원 2명은 모두 일선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구청 안팎에서는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당시 지역 내 재난·재해 업무를 총괄했던 부구청장 등 고위급 간부가 아닌 일선 직원들에게만 큰 책임을 묻고 있다는 비판이다.
부산경남미래정책은 "부구청장 등 의사결정권을 가진 고위 간부는 빠져나가고 이렇게 일선 직원들만 책임을 지게 되면 형평성 등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또다시 사고가 나도 고위 간부들은 안일한 태도로 임해도 된다는 나쁜 선례가 될까 우려스럽다. 결국엔 꼬리 자르기이자 용두사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 23일 오후 9시 30분쯤 부산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3명이 숨졌다. 경찰은 사고 수사 끝에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동구 부구청장 등 공무원 8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동구 소속 공무원 2명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