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문가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동영상 서비스가 인터넷과 모바일, 클라우드 등과 결합해 일상에 혁신을 일으킨 것처럼 "이제는 오디오가 사람들의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런데 오디오 산업은 왜 지금에서야 특별해진 걸까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무섭게 확산되던 지난 5월. 공식 출시도 되기 전에 1억 달러가 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기업이 있습니다. 오직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오디오 앱 '클럽하우스'(Clubhouse)입니다.
출시 초기 실리콘밸리에서만 알려지던 클럽하우스는 반년 만에 이용자가 6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잭 도시 트위터 CEO 등 이른바 '셀럽'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얘기를 합니다. 연예인들의 개인 토크쇼, 정치토론, 데이팅 등으로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매개체는 오직 '소리'입니다
음원계의 넷플릭스 '스포티파이'도 국내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7천만 음원을 가진 스포티파이라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국내 유통사와의 계약 문제로 아이유·임영웅·지코 등의 음원을 지원하지 못하는 건데요,
스포티파이가 반쪽 서비스(?)를 하려고 한국에 진출한 것은 아닐텐데요, 스포티파이의 목적은 한국에서 점점 사이즈가 커져가는 '오디오 시장 공략'에 있습니다. 온라인 오디오 방송 제공자로 "전 세계를 평정하겠다"는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겁니다.
클럽하우스 앱에 들어가면 각각의 방이 있는데, 이 중 한 곳에 들어가 이야기를 듣거나 '손들기'를 통해 말하는 형태입니다. 다시듣기 없는 실시간 스트리밍이 특징입니다. 운이 좋으면 셀럽과도 직접 대화할 수 있고요.
클럽하우스에 불을 지핀 건 지난 1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대화에 참여하면서부턴데요, 그는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CEO인 블라디미르 테베브와 로빈후드가 게임스탑의 주식거래를 중단한 일을 두고 설전을 벌인 겁니다.
처음에는 유명인이 클럽하우스에서 얘기를 하고 이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제는 매일 밤 게임쇼를 열고, 오페라를 부르고, 철학을 얘기하고, 여행 팁을 공유하고, 명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초대 전용 앱입니다. 초대장은 신규 가입 시 두 장이 주어지는데 지인이 날 초대해주면 나도 다른 지인 두 명을 초대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희소성은 국내까지 번졌는데요,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사고판다는 글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폐쇄성에다 유명하고 트렌디한 인물들이 참여중인 유행과 더불어 '나도 하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모양샙니다.
현재 iOS 베타버전으로만 출시된 클럽하우스는 앱토피아에 따르면 200만명의 사용자에, 일일 활성 사용자는 약 80만 명입니다. 앱 사용 시간은 일주일에 12시간이 넘습니다. 나이지리아, 독일, 인도, 오스트리아, 스위스, 호주 등 미국 이외 지역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익은 거의 없습니다. 설립된 지 1년도 안 되고 매출도 나오지 않는 클럽하우스에 실리콘밸리 유명 VC 안드리센 호로이츠가 지난해 클럽하우스에 1200만 달러(약 132억원 6천만원) 규모 시리즈 A라운드를 이끈 데 이어, 최근 10억 달러 가치로 다시 투자를 이어갔습니다.
◇ 스포티파이 "韓 팟캐스트 콘텐츠 확보… 독점 및 오리지널 콘텐츠도 선보일 것"
박상욱 스포티파이 코리아 매니징디렉터는 지난 8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글로벌 220만개 넘는 팟캐스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연내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오디오 콘텐츠 창작자를 위해 첨단 데이터와 툴을 제공하는 '스포티파이 포 아티스트' 플랫폼도 선보일 것이라는데요, 역시 스포티파이는 단순히 한국 음원 시장을 흔들려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스포티파이의 팟캐스트 공략은 이전 행보에서도 예측 가능했습니다. 지난해 7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스포티파이를 통해 팟캐스트에 데뷔했습니다. 스포티파이에서만 들을 수 있도록 독점 계약을 맺은 것이죠.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코미디언 조 로건의 팟캐스트도 독점 확보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2019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해 인기 팟캐스트 스튜디오 김렛 미디어(Gimlet Media)를 약 2200억원에 인수하고, 팟캐스트를 녹음하고 배포하는 회사 앵커(Anchor)도 1700억원에 사들였습니다. 지난해 2월에는 팟캐스트 디지털 출판사를 2200억원에 또 인수했고요. 단순 음원 플랫폼이 아닌 오디오 콘텐츠 기반의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현재 미국 팟캐스트 시장은 격변 중입니다. 아마존도 팟캐스트 제작사인 원더리(Wondery)를 인수,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원더리는 범죄 전문 내러티브 팟캐스트 스튜디오로, 미국에선 6번째로 큰 오디오 스튜디오입니다. 아마존 뮤직은 지난해 9월 이후 오리지널을 포함해 7만 개가 넘는 팟캐스트를 내놓았습니다.
미국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에 따르면 미국에서 월 팟캐스트 활동 유저는 1억 명 이상입니다. 2018년만해도 월간 7300만명이었던 미 팟캐스트 청취자는, 2022년에는 월간 1억3200만명이 팟캐스트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계산하자면 매년 20%씩 성장하는 셈입니다. 미국 인터넷광고협회는 올해 미국 오디오 시장 광고 매출이 1조 2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합니다.
◇ "쓰는 것보다 말하는 게 빨라"…팬데믹 속 기술 급성장, 오디오 황금기 지금부터
업계에서는 사양 산업으로 치부되던 오디오 산업 성장 원인을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 이를 통한 '자유로운 상호작용'을 꼽습니다. 여기다 사람들을 각자의 방에 고립시킨 팬데믹도 기름 부은 셈인데요.
클럽하우스 투자를 주도한 앤드류 챈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클럽하우스는 팟 캐스트처럼 강의나 강연에 참석하는 것과 같은데 듣는 것뿐만 아니라 대화도 가능해 할 말이 있으면 손을 들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클럽하우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실시간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곳"이라고 장점을 꼽았는데요 "고도로 편집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이 아니고, 이런 접근이 더 인간적이면서 온라인 참여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용자들은 클럽하우스의 장점으로 글을 매개로 하는 '트위터·페이스북'보다 표현이 자유롭고, '줌' 같은 영상 플랫폼보다는 노출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점을 꼽습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평소에 만나기 힘든 유명인부터 지인과 그 지인의 친구까지 같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며 "비대면 사회환경에서 새로운 플랫폼으로 기존 SNS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자연어 처리(NLP)와 음성 인식, 음성의 텍스트 전환기술이 분기점에 이르렀고 정확성은 95%를 넘어섰다"는 기술적인 측면도 큽니다. 베시머 벤처파트너스에 따르면 "말하는 게 받아쓰는 것보다 더 빠른데, 기술 발전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상호작용을 가능케 해줬다"고 강조합니다.
◇ 韓오디오 시장 커지고 있지만 주류 인정 못받아…"저평가된 곳, 성장 가능성 높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오디오클립, 팟빵 등을 중심으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스푼라디오는 Z세대들이 잠자기 전에 듣는 오디오 앱으로 유명합니다. 밀리의서재나 윌라 같은 플랫폼은 오디오북 서비스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죠.
다만, 미국처럼 판을 키울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한정적이라고 지적하는데요, 그나마 가장 큰 재원으로 꼽히는 광고 시장마저 난맥상인데다, 미국과 달리 표준화가 더디고 공식적인 트래픽 산정 기준이 없는 것도 결정적인 문제점으로 거론됩니다. 이때문에 '트래픽을 광고로 전환'하는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얘깁니다.
즉 국내에서는 아직 팟캐스트 트래픽이 아직 주류 광고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셈인데요, 달리 말하면, 콘텐츠가 풍부한 것에 비해 한국 오디오 시장이 '저평가'돼 있다는 거죠. 애플이나 구글, 아마 같이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아직 없는 국내 시장을 스포티파이가 눈독 들이는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