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보험사 가세요"…'적자' 차보험 밀어내는 보험사들

지난해 보험료 인상에도 3천800억 적자…10년간 적자 7.4조

연합뉴스
금융회사 직원 S씨(47)는 최근 자동차보험 만기가 임박했는데도 여느 해와 달리 보험사로부터 갱신 안내 연락을 받지 못했다. 주말에 직접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주말에는 긴급 전화만 응대한다'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답답한 마음에 온라인으로 직접 갱신을 시도했지만 장애가 계속 발생하며 보험료 결제가 되지 않았다. 무보험 상태로 운전을 할 수 없어 S씨는 결국 다른 보험사로 자동차보험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S씨는 "자동차보험 고객은 이익이 안 되니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신경 안 쓴다는 태도로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S씨가 갱신을 포기한 손해보험사 A사는 지난 2년간 자동차보험 점유율이 반토막 났다. S씨의 경험대로 갱신에 적극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제차 등 고액 보험금 지출 우려가 있는 차량에 대해 갱신 때 높은 보험료 인상률을 적용해 이탈하는 고객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적자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A사는 자동차보험 계약을 쳐내고 손해를 줄이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며 "통계적으로 보험금이 많이 나가는 차량은 계약을 인수하지 않거나 계약 종료를 유도하는 등 강력한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의 비율) 관리에 나서고 광고 등 자동차보험 마케팅도 중단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율 관리를 강화하면 회사 전체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노후 차량이나 외제차 보유자는 갱신 때 보험료가 급격히 오르게 된다.

자동차보험 축소 전략은 A사에 앞서 중상위권 B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손해보험업계에서 이미 '효과'가 입증됐다.


B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에 고삐를 조이자 점유율이 지난 5년간 5%대에서 3%대로 떨어졌고, 이 기간 자동차보험에서만 영업적자를 1천억원 넘게 줄이는 효과를 봤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4개 대형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 4개 손해보험사의 원수보험료(보험료 수입) 기준 점유율은 2018년 말 80.3%에서 작년 3분기 현재 84.3%로 확대됐다.

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작년까지 자동차보험 누적 영업적자는 7조4천억원에 이른다. 2019년 한 해에만 자동차보험에서 1조6천억원 적자가 났다.

지난해 보험료 인상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교통량 감소까지 겹쳤는데도 적자가 3천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 백신 접종으로 교통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면 다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고당 보험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적자 구조가 지속하면 손해율 관리 강화 추세가 심화하고 보험료 인상 압박도 가중될 것"이라며 "경상환자·한방의료기관 장기 치료와 부품비 상승 등 보상 비용을 통제하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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