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LCC들은 설 연휴 전후로 작년 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8일, 나머지 항공사들은 16일 실적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위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7조4천50억원, 영업이익 2천383억원이라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다. 전년 대비 매출은 40%, 영업이익은 17% 줄었지만, 글로벌 항공사들의 적자 행진 속 '나홀로 흑자'를 내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반면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진에어는 2008년 창립 이래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 2천718억원, 영업손실 1천8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0.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78% 증가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LCC들의 상황도 진에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 달 이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5곳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2천887억원이다. 매출은 3천857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티웨이항공의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증권사 2곳의 컨센서스는 영업손실 1천319억원, 매출 2천812억원이다.
LCC는 아니지만 아시아나항공도 적자 늪에서 나오지 못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매출 4조318억원, 영업손실 2천272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42%, 영업손실은 48%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 위기 속 대한항공의 '나홀로 흑자'는 줄어든 여객 수요를 화물 운송 확대로 상쇄한 덕분이다.
대한항공의 여객 매출은 전년(7조7천675억원) 대비 74% 감소한 2조52억원이었지만, 화물매출은 2019년 2조5천575억원에서 4조2천507억원으로 66% 늘었다.
유휴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투입하고, 23대의 화물기 가동률을 높인 것이 화물 매출 증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매출의 대부분을 여객 수송에 의존했던 LCC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수요 감소에 대응해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국내 LCC들은 별도의 화물기를 보유하지 않아 '벨리'(여객기 하부 화물칸)를 통한 화물 운송으로 부수적인 화물 매출을 올려왔다.
국토교통부 항공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LCC 화물 운송은 제주항공 3만381t, 진에어 2만9천905t, 티웨이항공 2만4천533t이다.
2019년 제주항공 10만820t, 진에어 8만1천225t, 티웨이항공 5만8천755t과 비교하면 여객기 운항 감소 영향으로 화물 운송량이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진에어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고,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기내 좌석에 화물을 싣는 '기내 운송'을 시작했지만, 부정기 노선이다 보니 화물 매출 실적은 저조했다.
문제는 올해도 지난해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가운데 별다른 출구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코로나 백신 접종에 따른 백신 운송 특수도 콜드체인(냉장유통) 등의 전문 운송 능력이 떨어지는 LCC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 여객 수요가 2019년의 5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한다. 백신 보급으로 자가면역이 형성되는 시점인 2022년이 돼야 여행 수요가 회복될 전망이다.
LCC는 지난해 면세품 구매가 가능한 국제선 관광비행을 운항하고 국내선 노선을 확대했지만,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LCC들은 올해 매출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상증자 등의 자본확충을 추진해 유동성 위기에 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올해 자본잠식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시 한번 유상증자와 같은 자본 확충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