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 (전화연결)
◇ 김종대> 오프닝에서 말씀드린 대로 수많은 해고노동자, 산재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안고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부산에서 청와대로 뚜벅이 행진 중입니다. 오늘 46일째 단식 중인 송경동 시인을 비롯한 김진숙 복직촉구 연석회의 대표단과 박병석 국회의장이 면담하기로 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걸어오고 있을까요. 직접 목소리 들어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님 안녕하세요.
◆ 김진숙> 안녕하세요.
◇ 김종대> 작년 12월 30일 부산에서 뚜벅이행진 시작한 지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걷고 계십니까?
◆ 김진숙> 처음에는 저희 복지 문제 그다음에 한진중공업 매각에 대해서 우선 노동자들이 고용이 우선되는 매각이 돼야 된다 이 문제를 가지고 출발을 했는데 오면서 이제 행진 대오가 엄청나게 늘었어요. 오늘도 한 200명이 넘게 오셨던 것 같은데.
◇ 김종대> 많이 오셨네요.
◆ 김진숙> 해고노동자들도 많이 오시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많이 오시고 그래서 저는 이제 그분들의 사연들을 길에서 들으면서 이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가 참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죠.
◇ 김종대> 처음에는 세 분이 출발하셨는데 지금은 200명 정도로 이렇게 자꾸 인원이 불어나고 있어요. 그거는 단순히 우리 지도위원님 복직 문제를 초월해서 우리 사회가 다같이 이 문제를 논의해 보자 이렇게 의미가 확장됐다고 봐야 되는 것이죠?
◆ 김진숙> 그렇기도 하고 그리고 이제 각자의 아픔들을, 사연들을 가지고 오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대우버스나 한국게이츠나 코레일 네트웍스나 이런 분들은 다 해고되신 분이고 LG트윈타워나 그다음에 아시아나 KO나 이런 분들도 해고돼서 싸우시는 분들이고 그런 분들이 이제 어디 또 하소연할 데도 없고 자신들의 사연을 들어줄 데도 없고 이러니까 저랑 같이 걸으면서 같이 사연을 나누기도 하고 이래요, 지금.
◇ 김종대> 오랜만에 많은 사연들이 길 위에 쏟아지고 있는데요. 그 많은 말씀 들으시면서 어떤 생각드십니까?
◆ 김진숙> 그래서 사실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기대가 컸거든요. 계속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을 하시고 출범한 정권이라 비정규직 문제나 정리해고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겠나 하는 기대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더 늘어난 그런 안타까운 일들을 보게 되죠.
◇ 김종대> 그 많은 사연 중에 가장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김진숙> 7년째 혼자 투쟁하는 분도 계시고.
◇ 김종대> 해고.
◆ 김진숙> 기아자동차의 박미희 씨 같은 경우는 그렇기도 하고 그다음에 이제 LG트윈타워 같은 경우에는 워낙 또 알려지기도 하고 이랬지만 아시아나 KO같은 경우는 7명이 해고되셔서 지금 5명이 외롭게 싸우시는데 이분들은 코로나를 핑계로 해고되신 분들이거든요.
◇ 김종대> 그렇습니다.
◆ 김진숙> 다 가장들이시고 연세도 많으신 이런 분들인데 중앙노동위원회에서까지 복직 판정을 받았는데 사측이 또 행정소송을 제기를 한 그래서 이게 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이 돼서 마음이 아파요.
◇ 김종대> 그런 분들이 우리 김진숙 지도위원님 행진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기 가야 되겠다. 저기 가서 우리 이야기를 해야 되겠다 마음이 든 걸까요?
◆ 김진숙> 그렇기도 하죠. 그러니까 자신들이 또 해고돼 보니까 제가 36년째 지금 복직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더 안타까운 마음들이 크시겠죠. 자신들이 또 당해 보시니까.
◇ 김종대> 그런데 더 걱정되는 일이 있습니다. 지금 암이 재발했거든요. 치료를 받아야 될 시기에 걷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김진숙> 그래서 제가 작년 연말이 사측이 정해 놓은 정년 기한이었어요.
◇ 김종대> 지나갔죠.
◆ 김진숙> 그랬는데 사측은 그동안에 전혀 교섭이라든지 협상에 대해서 성의가 없었고 연말만 기다리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12월 31일까지 기다렸는데 사측이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아서 '복직 없이 정년 없다'라는 선언을 이미 했고 그래서 이 문제는 제가 복직할 때까지는 끝나지 않는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도 있고 그리고 저는 지금 암 치료를 받기보다는 일단 이 문제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될 문제고 또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시는 분들이 오늘 46일째 단식투쟁을 하고 계시거든요.
◇ 김종대> 그렇습니다.
◆ 김진숙> 그래서 제가 치료는 이후에 받더라도 이 문제가 좀 빨리 해결돼야 되겠다라는 마음들이 컸죠. 그리고 제가 아시다시피 암이 재발한 상황이긴 하지만 저는 평소에도 삶의 자세들이 의미 있게 하루를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길을 선택을 하게 됐죠.
◇ 김종대> 그러면 하루라도 빨리 단식농성을 하고 계신 분들 청와대 앞으로 가야 되겠다 이런 마음을 갖고 계신 걸로 보여집니다. 마음이 바쁘시죠?
◆ 김진숙> 마음도 바쁘고 발길도 바쁘고 이런데 이 경기도에 오니까 그 전까지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경기도 쪽으로 들어오니까 경찰들에게 많이 막혀요. 오늘도 여러 차례 막혀서 시간이 늦어지기도 했는데 그러니까 이게 지역마다 또 이제 방역수칙이 달라서 어떤 데는 4명, 어떤 지역은 또 9명, 어떤 지역은 또 49명 이렇게 이제 끊어서 오게 하고 몸에 대우버스나 한국게이츠나 코레일네트웍스 같은 경우는 자신들의 요구를 몸에 붙이고 가는데 그게 불법이라고 잡기도 하고 그런데 그게 사람이 한두 명이면 뭐 문제가 다른데 수백 명이 되니까 이제 시간들이 많이 걸리는 거예요.
◇ 김종대> 조금씩 늦어지는군요, 사람이 많아지니까.
◆ 김진숙> 그렇죠.
◇ 김종대> 청와대 도착하실 무렵이면 서울에서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주변에서 예측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청와대 앞까지 무사히 가서 이 많은 분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 걱정도 지금 많이 생기네요. 청와대 앞에 도착하시면 맨 먼저 어떤 말을 하고 싶으세요?
◆ 김진숙> 우선 단식하시는 분들 병원에 가시는 게 급선무고 그 다음에는 정말 청와대 앞에까지 도착한 행렬들을 대통령께서 직접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수많은 해고노동자들, 비정규직들의 목소리에 임기 1년 남으셨는데 귀를 기울이셔서 자신의 공약대로 그리고 그분이 만들고자 했던 세상 그대로 좀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비정규직 없는 해고 없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라죠.
◇ 김종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이 말씀을 하셔야 되는데 지금 면담 신청을 한 상태죠?
◆ 김진숙> 네, 면담 신청은 했는데 답이 없네요.
◇ 김종대> 아직까지 답이 없습니까?
◆ 김진숙> 네.
◇ 김종대> 단식농성은 지금 46일째 오늘 기준으로 진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계시는데 이분들께는 어떤 말씀 주시겠습니까?
◆ 김진숙> 말할 수 없이 고맙고 미안하고 몸이 하여튼 말이 아닐 텐데 그냥 앉아서 단식하는 것도 힘든데 청와대 경비대들이랑 하루 온종일 싸운다 그래요. 그러니까 비가 와도 비닐 한 장을 못 치게 하고.
◇ 김종대> 그렇죠.
◆ 김진숙> 침낭을 쓰는 문제도 새벽 6시에 깨워서 뺏어가고 밤 10시에 돌려주고 이런 일들이 이 민주주의라는 시대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게 그것도 청와대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저는 믿어지지를 않는데요. 그래서 그분들의 걱정이 상당히 염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지금.
◇ 김종대> 본인보다 남을 더 걱정하고 계세요. 이 복직 문제의 해법이 과연 무엇인가 이래서 지금 각계각층의 노력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마는 산업은행이 아주 요지부동입니다. 왜 이렇게 복직에 대해 완고한 입장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김진숙> 저는 이 부분이 참 이해가 안 되는데요. 그러니까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고 저의 판단에는 정부가 결심하면 산업은행이 정부의 방침을 어기기는 어려울 거라고 판단을 했는데 산업은행이 그렇게 독단적으로 저의 그것도 수백 명의 복직도 아니고 저 한 사람 남은 그리고 정년이 이미 지나간 사람에 대해서 명예복직을 저렇게 거부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저도 참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지금으로서는.
◇ 김종대> 지금이라도 이렇게 복직을 하신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 김진숙> 사실 저는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대공분실에 끌려가고 그리고 사측에 의해 감금당하고 부서 이동 당하고 엄청난 폭력들을 당했죠, 그때는. 그런 이후에 해고가 된 상태라 저는 처음부터 주장했던 게 내 발로 걸어나오고 싶다. 그러니까 보자기 덮어씌워서 대공분실에 끌려간 공장을 36년째 못 돌아가고 있는데 거기를 단 하루라도 들어가서 내 발로 걸어나오고 싶다는 게 36년을 품어왔던 한 인간의 꿈입니다. 그런데 그게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지금까지 가로막혀 있는 현실이 안타깝죠.
◇ 김종대> 알겠습니다. 이 뚜벅이 행렬, 도보 행진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 행진을 지켜본 우리나라 국민들 또 시민들에게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 김진숙> 지켜보신 분들 중에도 해고된 아픔을 가진 분들이 계실 테고 비정규직들도 계실 텐데요. 그래서 저는 많은 분들이 정말 삶의 질이 개선되는 그리고 우선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다치지 않고 일하면서 그리고 고용이 보장되는 이런 세상을 누구나 다 꿈꿀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종대> 맞습니다.
◆ 김진숙> 그래서 그런 세상이 오는 게 정말 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세상이 올 수 있도록 다같이 마음을 모아서 저뿐만 아니라 저랑 같이 걷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노동자들을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김종대> 무사히 청와대까지 도착하시기를 기원하겠고요. 무엇보다도 건강하시기를 저희도 빌겠습니다. 오늘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 김진숙> 고맙습니다.
◇ 김종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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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이후, 46일째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이어가던 송경동 시인이 물과 소금과 효소를 끊고 김진숙 즉각 교섭·즉각 복직이 있을 때까지 국회의장실에서 무기한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송 시인은 "청와대 앞에서, 동물우리보다 못한 곳에서 천대와 탄압을 받으면서 46일을 굶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습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장이 거부하고, 정부 여당이 동조해주고 있습니다. 사측은 그 뒤에 숨어 여전히 김진숙과 사회를 비웃고 조롱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다를 거라는 마지막 희망을 내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결정은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음을 밝혀 둡니다.”라고 SNS를 통해 말했습니다. 리멤버 희망버스 기획단은, 2월 4일 11시간에 걸친 비공개교섭 속에 노동자 측은 어떻게든 결과를 맺기 위해 성의와 노력을 다했으나 사측은 아무런 변화 의지도 보이지 않은 채 심지어 오늘 오전에 재개하기로 한 교섭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