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반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 국내와의 공매도 제도의 형평성 문제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국제적 기준)'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왜 우리는 미국보다도 못한 공매도 제도를 갖고 있냐는 건데요. 특히 공매도의 상환 기간과 증거금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틀린 것들도 사실인 것처럼 전해지기도 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의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려면 '사실'에 기반해야 힘이 세집니다. 공매도에 대한 오해들을 취재+정리해봤습니다.
우선 많이들 아시겠지만, 공매도 개념부터 설명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말 그대로 없는 주가를 빌려서 파는 투자 기법을 말합니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사서 갚아 시세 차익을 얻는 방법이죠. 매수 후 매도가 이뤄지는 일반적인 투자와 반대로 매도가 매수 이전에 먼저 이뤄집니다.
이를테면, 어느 날 A씨가 00산업 주가를 보니 너무 높아서 언젠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습니다. 돈은 없지만 자신의 감(感)을 믿고 A씨는 1주당 1만원인 00산업 100주를 빌려서 팔았죠. 그래서 100만원이 생겼습니다. 3일 뒤 A씨의 예상이 적중해 00산업이 1천원이 됐습니다. A씨는 다시 00산업 100주를 10만원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았습니다. 결론적으로 A씨는 100만원에 팔아 10만원을 들여 주식을 갚았으니까, 90만원의 시세 차익을 가질 수 있게 됐죠.
이처럼 주식이 하락할 때 수익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공매도 세력은 주가가 하락하길 바라고요. 주가가 하락할 때 물량을 쏟아내며 추가적으로 하락시키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갑작스럽게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는 뚜렷한 악재 없이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기업의 재무제표가 투명하지 않거나 사업상 악재가 예상될 때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 하락에 베팅하면서 악재를 시장에 알려 주가 버블을 막아주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건전한 시장에서 가격을 발견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대폭락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겁니다.
한국거래소 등은 자료를 내고 코로나19로 공매도를 금지했던 국가의 공매도 금지기간 및 재개 이후 주가 상승률과 같은 기간 금지하지 않은 국가의 주가상승률간 큰 차이를 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도 지난해 3월 공매도가 최근의 주가 하락을 야기한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공매도는 유동성 제고의 중요한 토대이며 공매도 금지 전 공매도의 순기능 저해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고도 알렸고요.
이관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저서 <이것이 공매도다>에서 공매도와 주가 하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공매도 물량으로 인한 일시적인 가격 하락은 시장이 효율적인 경우 단기간에 그치며 주가는 다시 반등하게 된다. 하락한 주가가 반등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과대평가됐던 주가가 하락해 적정 가격 수준에 머물게 된 경우다." 공매도가 일부 주식에 대해 가격을 하락시키기도 하지만 단기에 그치고 과대평가된 주식에 대해선 적정 가격까지 떨어뜨린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3월부터 공매도가 금지됐는데 셀트리온 공매도가 가장 많았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미국처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을 중심으로 공매도와의 전면전을 벌이겠다며 셀트리온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도 나오고요. 왜 셀트리온이냐고요? 공매도 잔고가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를 1년 동안 금지시켰는데 왜 아직도 공매도 잔고가 있냐고요? 우선 공매도가 금지된 3월 이전에 공매도 했던 물량 일부가 남아 있는게 있고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물량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시장조성자(Market Maker)는 주식 매매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자들인데요. 현재 22개사이고 메리츠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와 골드만삭스, SG, CLSA 같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이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등과 시장 조성 계약을 체결해서 사전에 정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매수 양방향의 호가를 제시하도록 해 유동성을 높입니다. 현재는 유동성이 많은데 굳이 필요 있느냐, 저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물어봤는데요. 시장조성자들이 유동성을 높이면 가격이 더 촘촘해져 '거래 비용'과 '가격 변동성'을 줄일 수 있어서 유동성은 많을 수록 좋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를테면 유동성이 적으면 1만원에서 5천원을 왔다갔다 하는데, 유동성이 많아지면서 1만원에서 9500원, 9700원으로 호가가 촘촘해지고 거래가 더 잘 이뤄지는 것이지요.
이러한 장점 때문에 시장조성자에게 혜택을 주기까지 한건데 최근에 시장조성자 제도를 악용한 불법 공매도가 실제로 이뤄지면서 금융당국은 개선안을 내놔야만 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22개 전체 시장조성자의 3년 6개월간 거래내역(2017년1월~ 2020년6월)을 점검한 결과 무차입공매도 및 업틱룰(Up-tick Rule·가격제한규제) 위반 의심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필요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했습니다. 이를테면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미니코스피 200선물·옵션 시장 조성자의 주식시장 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이죠. 현재 이를통해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가 현재보다 42%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요. 하지만 이런 개선안에도 시장조성자에 불신을 보내는 개인 투자자들의 눈초리를 거둬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공매도와 관련돼 계속해서 제기되는 문제점 하나가 상환 기간과 증거금이었습니다. 미국은 공매도를 할 때 상환 기간이 있는데 국내에서 외국인과 기관들이 공매도를 할 때는 상환 기간이 없기 때문에 국내가 공매도 하기에 더 유리하다는 겁니다. 증거금도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는 증거금 없이도 공매도를 할 수 있다는 건데요. 상환 기간에 대한 내용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고요. 증거금은 아예 틀렸습니다.
국내 시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공매도는 두 가지죠. '차입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 국내에선 주식을 빌려와 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고 주식이 없는데도 공매도를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입니다. 이때 차입 공매도를 하기 위해선 주식을 빌려 와야 합니다. 주식을 빌릴 때 시장은 개인들을 위한 '대주 시장'과 외국인·기관을 위한 '대차 시장'으로 나뉘어집니다.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곳과 기관·외국인에게 빌려주는 곳이 다르다는 겁니다. 조건도 다릅니다.
상환 기간을 보면 개인은 한 달 이상 두 달 까지고 기관과 외국인에게는 기한 제한이 없습니다. 기간과 외국인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 시장은 '국제대차거래 표준약관(GMSLA)'에 따른 건데요. 상환 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이 당사자간 협의에 따라 빌려주고 빌린 사람이 달라고 하면 언제든 줘야 하는 '리콜' 베이스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개인에게는 언제든 갚으라고 하는 '리콜' 베이스가 아니라 특정 기간을 정해줬다는 겁니다. 예탁결제원 주식대차팀 관계자는 "기간과 외국인의 대차 거래에서는 빌린 사람이 언제든 상환해달라고 리콜을 요청하면 상환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고, 개인의 대주 거래에서는 정해져 있는 상환 기간 60일 이내에는 갚으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어떻게 보면 개인 입장에서 두 달 정도 마음 놓고 빌릴 수 있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증거금은 선진 증시도 국내 증시도 모두 필요합니다. 다만 조건의 차이는 있습니다. 국내에서 주식을 빌릴 때 개인에게는 증거금이 40% 이상이고, 기관과 외국인에게는 주식 대차 5%, 채권 대차 2%입니다. 예를 들어 기관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 대차 거래를 할 때 1천만원을 빌릴려면 보통 증거금 5%해서 50만원을 내야 하고요.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 대주 거래를 할 때 1천만원을 빌릴려면 증거금 40%해서 400만원을 증거금으로 내야 합니다. 그런데 주식이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요. 담보 가치가 변동합니다. 또 예를 들어 공매도를 했는데 1천만원하는 주식이 1300만원이 됐다고 쳐봅시다. 주가가 상승한만큼 손실이 납니다. 손실이 300만원, 이 손실은 아까 증거금으로 낸 400만원에서 차감합니다. 그리고 증거금이 부족하다고 증권사에서는 '마진콜'을 해서 다시 증거금 400만원을 채워놓으라고 하고요. 이러한 증거금과 마진콜은 기관·외국인도 마찬가집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를 하기 위해 주식을 빌리는 제도에 있어서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형평성 문제가 크니 이를 개선하자고 하는 쪽으로 주장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주장합니다. 사실에 기반해서 말이죠. "개인과 기관 간 형평성 문제를 얘기하면서 개인의 대주 거래에서도 상환 기간을 늘리자고 할 수는 있다고 본다. 최소 3개월이나 6개월까지 늘리거나 1회 연장 하는 것도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도 대주 거래에서 리콜 허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 대주 거래시 상환 기간이 6개월로 길다. 증거금 부분도 마찬가지다. 기관과 개인은 신용도 때문에 증거금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기관은 5%25 받고 개인은 40%25 너무 과도한 거 아니냐 이런 논란은 나올 수 있어 보인다. 개인도 25~30%25정도면 충분한 거 아니냐 이런 식의 합리적 개선안을 주장해야 한다."
한국 증시의 공매도 거래 장부가 '수기(手記)' 작성한다는 말도 많이 나옵니다. '수기'라는 말은 손으로 쓴다는 건데, 2021년에 손으로 써서 장부를 작성한다는 말을 믿기 어려웠는데요. 이것도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립니다. 공매도 거래 내역 관리를 엑셀을 하거나 손으로 쓴다는 말이 아닙니다. 공매도 거래 내역은 일반 증권 거래와 마찬가지로 개인과 기관 모두 동일하게 증권사 거래 시스템에 의해 전산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매도를 하기 위해선 아까 말한대로 주식을 빌려야하잖아요? 이때 빌리는 대차 거래를 할 때 전산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 이메일, 메신저 등을 통해서도 이뤄진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제가 1만주를 수수료 2%를 내고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주는 쪽에서 '콜' 하고 계약을 하자고 한다고 칩시다. 이후에는 대차 계약을 다시 손으로 타이핑 쳐야 합니다. 이같은 공매도 하기 전 대차 거래 과정을 '수기 거래'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메신저나 이메일 등을 통한 거래 체결한 것을 다시 사람이 손으로 타이핑하면서 작성하니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바뀐 시행령에선 이같은 대차 계약 체결하는 걸 이메일이나 메신저 등을 해도 되긴 하지만 사후에 조작이 불가능하게 5년 동안 전자적 파일 형식으로 남겨 놓으라고 한 겁니다. 메신저 화면 캡처나 이메일 송수신 내역 등 같은 걸로요. 자체적인 잔고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경우에 한해서는 대차 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공매도 주문 제출 전에는 지체 없이 계약 내용을 잔고 관리 시스템에 입력하라고 했고요.
하지만 여전히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바라는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은 바뀐 시행령에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많은 정보를 동시에 집어 넣으면 처리 속도가 늦어져 시스템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이렇게까지 몸서리 치면서 반발 하는 건 공매도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도 없었거니와 공매도에 대한 논의가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이어져 오는 동안 금융당국이 항상 먼저 생각한 게 개인 투자자들이 아니었기 때문일 겁니다. 금융위가 한 달 반 연장 후 부분 재개한다고 발표했지만 이같은 간극이 해결되지 않으면 공매도도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도 개선과 함께 개인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금융당국도 더욱 신중히 생각해볼 때이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