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전원재판부는 5일 국회가 제출한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건에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주심도 지정해 심리에 나섰다. 이번 사건 주심에는 이석태(68·사법연수원 14기) 헌법재판관이 지정됐다. 민변 회장을 지낸 이 재판관은 대표적인 진보 성향 법조인으로 앞서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주심은 심리를 주관하지만 통상 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의 경우 재판관 9명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따라서 재판관 전원의 합치된 의견대로 최종 판단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은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사건인 점을 감안해 헌재는 전담 재판연구관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한 상태다.
헌재는 곧 수명재판관도 지정해 본격적인 사건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수명재판관은 준비절차 기간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 등을 미리 청취해 쟁점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 중 첫 탄핵 대상이 된 임 부장판사는 앞서 '재판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았다. 죄명으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됐는데 1심 재판부는 법리상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그 자체로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진행을 유도하는 재판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며 '위헌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헌법 103조의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법관의 재판 독립의무와 관련한 사안인 만큼 이 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 부장판사가 재임용을 불희망해 오는 28일부로 임기가 종료된다는 점은 변수다. 다음달 1일부터 민간인 신분이 되는 임 부장판사가 파면 대상이 될 수 있는 지를 두고서는 법조계 의견이 갈리는 만큼, 헌재가 이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놓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파면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면 헌재는 각하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한편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데 대해 법조계에서도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탄핵소추로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재판을 마치 기획된 연극으로 만들어버린 판사는 그 위헌적 행위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된다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며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헌법재판소는 이 사안의 엄중함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반면 임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17기 동기 일부는 같은날 입장문을 통해 "범여권 국회의원들의 사법부 길들이기"라며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임 부장판사의 사표 반려 과정에서 벌어진 '거짓말 논란'을 언급하며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다수의 법관으로 하여금 치욕과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며 "탄핵될 사람은 임 부장판사가 아니라 바로 김 대법원장이다"라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