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혐의로 전·현직 경찰관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구속 또는 기소된 가운데 1차 감독자가 정기 인사에서 자리를 지켜 경찰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5일 경정 이하급 정기 인사를 발표하고 400여 명의 자리를 조정했다.
이번 인사에 유독 관심이 쏠렸던 자리는 강력범죄수사대 대장 직책인데. 지난달 21일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A경위가 사건 관련인에게 접근해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앞서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간부는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 전조증상이 있었던 만큼 감독자의 명백한 실책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부하 직원이 뇌물 혐의로 구속되고 직위가 해제됐음에도 감독자의 위치에 있는 현직 강수대장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도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수사권 조정 첫해 경찰의 신뢰를 거세게 흔들 뇌물 비리가 터졌으나 경찰의 문책성 인사는 없었다.
이번 인사로 인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전북경찰청장의 태도에 의심이 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어 "지휘·감독을 제대로 안 해서 일어난 일이라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며 "직무유기나 책임의 소지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북지역의 한 변호사는 "전북청장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음에도 해당 자리에 유임한다는 것은 별일이 아니라는 뜻을 보인다"며 "책임을 묻는 것은 징계가 아닌 원초적인 인사부터 시작한다"고 비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는 "일선서에서 이런 일이 터졌으면 이미 해당 1차 감독자는 자리를 잃었다"며 "경찰청 내부에서 발생한 일이라 감싸고도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감독자 문책은 감찰 조사 후'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감독자의 책임에 대해서는 A경위를 징계할 때 감독자에 대한 징계를 할 것"이라며 "모든 것은 조사 이후에 감독 책임 여부를 확인해 징계위원회에서 징계하게 돼 있다"고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찰 조사는 진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A경위는 사건 관련인에게 접근해 금품을 요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지난달 21일 구속됐다. 같은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 간부 B(61)씨도 같은 날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수사 중인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사건 관계인에게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경찰청은 A경위의 구속 다음 날 수사 경찰 화상회의를 열고 '사건 관계인 접촉금지'를 제1호 특별경보로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