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장항석 교수 "왜곡 일방적 매도 지나쳐"

해당 강연 비판 박흥식 교수에 "해명·사과 요청"

tvN 제공
최근 방송에서 중세 유럽을 휩쓴 페스트(흑사병) 관련 강연을 한 뒤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린 장항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반박 입장을 내놨다.

장 교수는 4일 환우들과 소통하는 온라인 카페에 올린 글에서 "의학을 전공한 교수로서 2018년 '판데믹 히스토리'라는 책을 집필한 바 있고, 당시 검토했던 수많은 책과 자료·연구를 토대로 이번 '페스트' 편을 준비했다"며 "제작진과 함께 여러 가지 잘 알려진 설들 중 가장 보편타당성이 있는 내용을 엄선하려 노력했고, 여러 검증 과정을 거쳐 각 세부 주제들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앞서 장교수는 지난달 30일 tvN 역사 강연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에 출연해 과거 유럽 인구를 3분의 1 이상 줄인 페스트를 다뤘다.

그러나 방송 이튿날인 31일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SNS를 통해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했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며 해당 강연의 오류를 지적했다.

박 교수는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며 "흑사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표였던가? 통계나 병인학적 측면에서도 최근 해석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설민석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인 듯하다"며 "이런 식으로 엉터리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 아니면 제목에서 세계사라는 단어만 빼서 역사를 다루는 방송이라는 오해를 막아야 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번지자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은 지난 1일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을 의학사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방송 전 대본과 가편본, 그리고 자막이 들어간 마스터본을 관련 분야의 학자분들께 자문을 받고 검증 절차를 마친 후 방송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강연자 장 교수는 "역사를 해석함에 있어서 다양한 역사학적 관점과 의견이 존재하며, 세계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 입장에서는 내용이나 구성에 대한 지적을 충분히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저는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제가 감염병 관련 책을 준비하면서 찾았던 그 수많은 자료들이 박 교수님의 주장대로 다 왜곡이라고 한다면,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 수많은 책들은 다 폐기되어야 옳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방송과 관련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몇가지 말씀을 덧붙이고자 한다. 특히 SNS에 공개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의 의사가 나섰다'는 식의 인신공격성 언급은 지나친 발언이며,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의학분야에서도 서로의 의견이 상충될 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격한 토론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서로에 대한 예의는 지킨다"며 "충분히 역사학적 토론이 가능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언사를 통한 일방적인 매도는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저는 수많은 사람들을 수술하고 생명을 살리는 외과의사로서 신뢰성이 중요한 사람이다. 박 교수님의 지적 이후 많은 매체에서 저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고, 제 저술 또한 일거에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장 교수는 "박흥식 교수님께 같은 교수로서뿐만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 이야기를 풀어볼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박교수님의 해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청한다"며 "박흥식 교수님의 긍정적 답신을 기대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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