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살인사건' 31년 만의 무죄에 경찰 "깊은 위로와 사과"

경찰 고문과 살인죄 누명, 피해 당사자 2명 31년 만에 무죄
경찰청 "적법절차와 인권중심 수사원칙 준수하지 못해 부끄러워"
고문경찰은 법정서 부인…피해자 "그 사람들은 악마, 신상 공개 원한다"

연합뉴스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해 당사자 2명이 31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경찰은 "재심 청구인을 비롯한 피해자, 가족 등 모든 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찰청은 5일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결과에 대한 입장'을 통해 "당시 수사 진행과정에서 적법절차와 인권중심 수사원칙을 준수하지 못한 부분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며, 이로 인해 재심 청구인 등에게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보호는 준엄한 헌법적 명령으로 경찰관의 당연한 책무"라며 "경찰은 이번 재심 판결 선고문 및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수사상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 사건을 인권보호 가치를 재인식하는 반면교사로 삼아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는 없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경찰은 수사단계별 인권보호 장치를 더욱 촘촘히 마련하여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고 공정한 책임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며 "이번 사건으로 오랜 시간 고통을 받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산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곽병수)는 전날 최인철(60), 장동익(63)씨가 제기한 재심청구 사건에서 두 사람에게 강도살인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 고문에 못 이겨 살인죄 누명을 쓴 채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해 당사자 최인철(왼쪽 네 번째)씨와 장동익씨(왼쪽 다섯 번째)가 지난 4일 오전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가족들과 꽃다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뒤 최씨와 장씨는 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혔고,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 끝에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체포과정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이뤄졌고 수사 과정에서 고문 행위도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 당시 수감된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변호사 시절 변호인을 맡아 주목받기도 했다. 두 사람의 변호인이었던 문 대통령은 이 사건을 변호사 시절 가장 안타까운 사건으로 꼽기도 했다.

피해 당사자들은 뒤늦게 무죄 선고를 받아 누명을 벗었지만, 고문 경찰관에 대한 분노는 식지 않는 상태다. 경찰은 재판에서 고문 사실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기자들과 만나 "그런 사람을 어떻게 용서하겠느냐. 그 사람들은 악마다. 절대 용서란 없다"며 "고문한 경찰관의 공개를 원한다. 왜 피해자는 공개는 하는데 가해자는 공개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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