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해명이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장되고 있다. 임성근 부장판사와의 대화에서 스스로 수차례 언급한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데다 다른 공직자도 아닌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비난을 회피하려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향후 대법원의 판결들에 '여권 편향적'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될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법관 사회 내부에서도 더 이상 사법부의 수장으로 신임하기 어렵다는 실망감이 나오고 있다.
4일 CBS노컷뉴스와 통화한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두 사람이 사담을 나눈 것이라고 하더라도 거짓해명을 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30분이 넘도록 수차례 스스로 언급한 내용을 기억을 못했다는 변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가 이날 공개한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에는 김 대법원장이 직접 수차례 '탄핵'을 언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재판개입(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 부장판사가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사표를 내러 간 자리였다.
사법부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당시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사법농단 법관 탄핵이라는 중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비판이 쏠리는 것을 우려해 사표를 막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당시 김 대법원장은 "나도 탄핵이라는 제도가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법관)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전체 대화가 공개된 것이 아니고 녹음이니 맥락이 불분명할 순 있다"며 "다만 사법농단 사태를 수습하며 전국 법관들이 탄핵과 중징계에 의견을 모았는데, 대법원장이 솜방망이 징계로 마무리했고 이제는 탄핵에도 동의하지 않았다는 심증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징계가 늦어지면서 임 부장판사는 '세월호 7시간 재판개입' 등 주요 혐의는 시효가 지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안에 대해서만 '견책'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특히 임 부장판사와 연배가 비슷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녹취록에서 드러난 김 대법원장의 행위가 명백히 위헌적이라는 날선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최근 법관 탄핵 상황에 대해 대법원장이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일인 만큼 의견을 내지 않겠다고 했는데, 임 부장판사에겐 탄핵 때문에 사표 수리를 못한다고 했다"며 "앞뒤가 맞지 않을 뿐더러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대법원장이 탄핵 추진을 방어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주장이 맞다면 법관에 대한 법원 내부 징계도 대법원장이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 추진 상황을 이유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보류한 것은 타당한 조치라는 취지다.
다만 "사직 반려 경위에 관해 이러한 고려를 밝히며 정정당당히 대응하는 대신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듯한 외관을 만든 점이나 사실과 다른 해명으로 논란을 부추긴 점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