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22일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에서 오간 대화 녹취 파일을 4일 언론에 공개했다. 전날 김 대법원장이 "탄핵 문제를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지 하루 만이다. 임 부장판사는 "진실공방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며 이날 녹취록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녹취 파일에서 김 대법원장은 '탄핵'이라는 단어를 총 5차례 직접 언급했다. 그중에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며, 여권 눈치를 보는 듯한 말도 있었다.
이외에도 김 대법원장은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된다"거나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한다.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는 등 정치적 요소를 고려해 사표 수리에 부담을 느끼는 말들을 여럿 꺼냈다. 당시 임 부장판사는 견책 징계를 받고, 1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돼 의원면직이 가능했다.
파장이 커지자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다시 한번 공식 입장을 내놨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녹취에 나온 자신의 말은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말한 것"이었고, 기존 해명은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서 답변했다"는 것이었다. 사실과 다른 답변에는 "송구하다"고 짧게 사과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사표 수리 여부를 떠나 거짓 해명에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다. 서울 한 법원의 판사는 "거짓말 한 건 용납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고, 수도권 법원의 다른 판사도 "기본적으로 해명이 거짓말이 됐다. 이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신뢰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부장판사는 "탄핵이라는 헌법상 중대한 절차는 먼저 엄정하고 신중한 사실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공소장과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1심 판결문의 일부 표현만으로 사실상, 법률상 평가를 한 다음 국회 법사위원회의 조사 절차도 생략한 채 탄핵소추를 의결한 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탄핵이 될 만한 중대한 헌법, 법률위반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퇴근길에서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 의결을 두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에 죄송하다"며 "국회의 탄핵소추가 안타까운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