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잡음' 불식한 한미정상 통화…절제된 메시지 눈길

바이든, 문 대통령과 통화 후 호주 총리와 통화…日 총리 이후 첫 통화
미·호주 통화와 달리 '중국' '인도·태평양' 등 민감한 사안 언급 자제
북한 'CVID' 대신 '대북공조'로 수위조절…공식 명칭(DPRK) 사용도 이채
카톨릭 신자 공통점으로 기후변화 등 논의…"정상 간 '코드'가 맞았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한미 정상 통화가 이례적으로 늦어지기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화 내용상 안정된 동맹관계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32분 간 전화 통화를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14일 만에 이뤄진 첫 통화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13일 만에 통화를 갖긴 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4일 만에 통화를 나눈 전례 등에 비해 늦은 편이다.

때문에 지난달 26일 한중 정상통화에 따른 미국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미일 정상통화가 그 직후 이뤄졌지만 문 대통령과의 통화는 계속 미뤄진 것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문 대통령과 통화 이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통화한 점 등을 감안하면 '지각 통화'에 특별한 의미를 두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4개국 '쿼드 구상' 참여국이자 '파이브 아이즈' 첩보동맹인 미국의 핵심 맹방으로 한국보다 중요도가 결코 낮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캐나다, 멕시코, 영국, 프랑스, 독일, 나토(NATO), 러시아 순을 거쳐 지난달 27일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이후 외국 정상과의 첫 통화 상대가 문 대통령인 점을 보면 한국을 경시했다기보다는 자국 사정이 더 급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보더라도 동맹의 '균열'로 해석할 대목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미중 전략경쟁 등과 관련한 민감한 표현이 자제됐다는 점에서 배려의 측면도 감지된다.


미국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 등의 표현이 포함되지 않았고 '중국'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북한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민감하게 구는 'CVID' 대신에 "북한(문제)에 대해 긴밀히 공조"한다는 표현이 담겼다. 북한의 공식 국가명칭(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을 사용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반면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통화에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거론하며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해 대비를 이뤘다.

최근 중국과 관계가 악화된 호주 입장에선 오히려 반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한국으로선 '미중 갈등'은 가능한 피하고 싶은 난감한 문제다.

한국 입장에서 또 다른 민감 사안인 '한미일 협력'도 백악관 발표에는 빠지고 오히려 청와대 발표에 포함됐다. 바이든 정부가 집권 초부터 한미일 공조를 압박할 것이란 예상과는 좀 다르다.

청와대 발표도 "양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는 원론적 수준이었다.

문 대통령으로서 가장 관심을 기울였을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해서도 미국 측 반응은 꽤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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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국과의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양 정상이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측의 노력을 지지하겠다고 한 점에서 바이든 정부와 우리 정부 간 대북접근에 있어 공조가 예상된다"면서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도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통화에서 두 정상은 카톨릭 신자라는 공통점을 화제 삼아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동맹이나 글로벌 대응 등 이슈에서도 '코드'가 맞았지만 양 정상이 모두 한국과 미국의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 점이 공통 코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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