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모두 심판해야" 모텔 방치 사망 유족, 靑 국민청원

청원인 "의식 잃은 동생 치료 기회 박탈해 숨졌다"
"일행들, 장례식장서 '본인 부주의로 넘어졌다'고 기만" 주장

4일 '부산 모텔 방치 사망 사건' 유족이 올린 청원 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부산에서 몸싸움 도중 쓰러진 남성을 모텔로 옮겨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의 유족이 관련자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됐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 동생이 폭행당한 뒤 모텔 방에 유기되어 사망했습니다. 생전 동생의 지인이었던 가해자 5명이 심판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숨진 A씨 유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가해자 5명은 자신들의 죄책을 숨기기 위해 의식 잃은 동생을 모텔로 유기하고 방치해 치료의 기회조차 박탈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발 5명 모두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중한 처벌을 받아 본인들의 잘못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한 사람의 인생과 한 가족의 삶을 부순 죄가 얼마나 큰지 깨달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청원 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14일 아르바이트 동료 등 남성 3명, 여성 2명과 함께 회식 자리를 가졌다.


가해자들은 이 자리에서 언성을 높였다는 이유로 일행 중 한 명인 B씨가 A씨 몸을 한차례 걷어찼고, 자리를 피하려는 A씨 멱살을 양손으로 잡고 뒤로 밀쳐 넘어뜨렸다.

A씨는 그 즉시 의식을 잃었지만, 일행들은 상태를 확인하고도 20분가량 눕혀둔 채 모의한 뒤 병원이 아닌 모텔로 A씨를 들어서 옮겼다.

이후 40분가량 모텔방에 머무른 B씨 등 일행 5명은 A씨 여자친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도 받지 않은 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에서 나와 도주했다고 청원인은 주장했다.

청원인은 "그들이 모텔방에서 나온 시각은 오전 0시 45분이고, 검안의 추정 사망 시각은 오전 2~3시로 동생은 2~3시간가량 숨이 붙어있었다"며 "동생은 건강하고 지병도 없었던 23살 청년으로, 병원에서 치료만 받았더라도 충분히 살 수 있었다. 가해자 5명의 악한 생각으로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고 죽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들은 동생 장례식장에 와서 '폭력적인 상황은 전혀 없었다', '술에 취해 길을 걷다 본인의 부주의로 넘어진 것을 봤다'며 뻔뻔하게 거짓말하며 저희를 기만했다"며 "사건 내막을 모르고 오히려 '친구들이 얼마나 놀랐겠냐'며 걱정하며 돌려보낸 아버지는 아직도 가슴을 치며 그 날을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부산 모텔 방치 사망 사건. 김봉근 기자
청원인은 사건 이후 가족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뿐만 아니라 나머지 일행 4명 모두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한때 동생 동료였던 나머지 4명은 B씨가 폭행한 상황을 직접 목격했고, 모텔로 유기하고 도주를 함께 공모했다"며 "이들은 단순한 방관자가 아닌 똑같은 가해자며, 폭행 이후 의식을 잃은 동생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유기한 행위는 명백한 고의적 살인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희 가족과 동생 여자친구는 그날 이후 슬픔을 다 토해내지도 못한 채 사건 해결에 뛰어들어 매일매일을 동생이 죽은 채 발견된 그 날같이 지내고 있다"며 "아직도 엄마는 동생 방의 불을 한 번도 끄지 못하고 있다. 우울증 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틈만 나면 장지에 찾아가 대답 없는 동생에게 말을 건다"고 말했다.

끝으로 청원인은 "가족은 평생 웃는 게 미안하고 먹는 게 죄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라며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으면 먼저 떠난 동생에게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짧게 마감한 생이 억울하지 않게 제발 도와달라"며 글을 맺었다.

이날 게시된 청원 글은 오후 2시 현재 참여 인원이 8천명을 넘어선 상태다.

앞서 A씨 여자친구가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린 뒤,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관련기사 2.3 노컷뉴스="둘뿐이던 세상 무너졌다" 모텔 방치 사망 피해자 여자친구의 편지]

현재 B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며, 나머지 일행 4명은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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