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임시주택서 2번째 명절 구례 수재민들 "전보단 나아졌지만…"

임시주거시설 들어선 구례 공설운동장 가보니
살림살이 구색은 갖췄지만 일상 복귀는 갈 길 멀어
이재민 "도로·시설 복구 외 직접적인 보상 없어" 막막

구례 공설운동장 안에 마련된 수재민 임시주거 조립식주택. 유대용 기자
"지난 추석은 수해 복구에 경황이 없어서, 이번 설은 코로나19 때문에 부모님을 못 찾아뵙게 됐습니다. 수해 당시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래도 온전한 일상으로의 복귀는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3일 전남 구례군 공설운동장에 마련된 수재민 임시주거 조립식주택에서 만난 안영삼(50)씨는 설 연휴 계획을 묻는 말에 이같이 말했다.

이곳에는 초록색 철제 울타리 안으로 컨테이너 18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곳곳의 이재민에게 제공된 임시주택이다.

이날 오후 방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컨테이너 하나하나에 적힌 도로명 주소였다.

컨테이너 주변에는 장독대에서부터 건조대 등 주거지임을 알리는 살림살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시골집 마당을 연상하게 하는 백구도 컨테이너를 지키며 짖어대는 모습이었다.

구례군 공설운동장 안 임시주거 조립식주택. 유대용 기자
이날 만난 안씨는 부인과 함께 서울에서 구례로 10년 전 귀농해 감 농사를 짓다가 수해를 입었다.

지난해 5월 구례군 광의면 지천리에서 마산면 냉천마을로 이사를 했다가 불과 3개월여 만에 새 보금자리가 물에 씻겨나갔다.

안씨는 "집을 비롯해 일상이 전부 무너졌었다"며 "살림살이는 물론이고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기록과 소장품 등 지난 삶이 사라지는 심정이었다"고 지난해 악몽 같은 여름을 떠올렸다.

안씨는 이어 "임시주거시설이 마련되기 전 2달여 동안은 낮에는 복구 작업을 벌이고 저녁에는 이웃의 집을 돌아다니며 밤을 보냈다"며 "그때에 비하면 상황이 안정되긴 했지만 내 집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공설운동장이다 보니 눈치가 보일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사회복지단체 등으로부터 마음 따뜻한 위로금을 받기도 했지만 정부에서 군으로 내려온 긴급재난지원금은 도로나 시설 등 수해 복구에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알려진 것과 다르게 수해민에게 들어온 지원금은 한 푼도 없다. 직접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례지역 임시주거시설 규모는 공설운동장 18동과 양정마을 20동, 이외 지역 10여 동 등 모두 50여 동이다.

앞서 지난해 8월 7일과 8일 구례지역은 섬진강 범람과 서시천 제방 붕괴로 주택 711동과 상가 597동이 침수피해를 봤고 1800억 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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