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맡았던 보호기관 '유기치사' 등 혐의로 고발돼

아동학대방지협회,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고발
"3차례 학대 신고 받고 조치 안해…유기해 사망" 주장
'신고자 보호' 이유로 학대장소 경찰에 말 안하기도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 앞에서 열린 정인이 사건 관련 아동보호전문기관 고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발장 접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부모의 지속된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 신고를 처리했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유기치사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3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정인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강서아보전)의 관장과 팀장, 상담원 등을 유기치사·업무상과실치사·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강서경찰서에 고발했다.

협회는 고발장을 통해 "강서아보전은 서울시로부터 피해 아동 신고 및 현장출동 사례관리를 목적으로 위탁을 받아 (지난해) 위탁비용 8억 2천여만 원을 지원받았으므로 관장과 팀장, 상담원 등은 형법에 따른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3차례 신고된 학대피해아동인 정인이를 보호하지 않고 유기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같은 기간 아보전 업무수행지침을 다수 위반한 업무상 과실로 인해 정인이의 양부모에 대해 '아동학대혐의가 없다'고 판정하는 등 학대의 재발을 방지하지 않고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29일쯤 신고자로부터 정인이에 대한 아동학대신고를 접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상 사건발생장소를 알려줄 수 없다'는 위계로써 경찰을 속였다"며 "사건발생장소를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경찰로 하여금 CCTV 영상을 증거로 확보하고 수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3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 앞에서 열린 정인이 사건 관련 아동보호전문기관 고발 기자회견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인이가 지난해 2월 양부모에게 입양된 후 3차례(5월 25일, 6월 26일, 9월 23일)에 걸쳐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과 강서아보전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협회에 따르면 2차 학대 신고 후인 지난해 6월 29일부터 9월 23일까지 강서아보전이 입양부모를 대면 상담한 것은 단 한 차례(17분)에 불과했다. 이때 강서아보전은 양부의 진술을 통해 정인이의 '쇄골 실금'에 대해 인지했으나, 9월 25일이 되어서야 양부와 함께 정인이를 데리고 소아과 진료를 받았다.

또 강서아보전은 7월 17일부터 9월 18일까지 두 달 동안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과 11차례 전화를 통해 정인이가 등원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딱 한 번 양부와 4분간 통화한 것 이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양모 수술로 정인이를 돌 볼 사람이 없자, 그제야 정인이는 어린이집에 갈 수 있었다. 정인이 상태를 본 원장은 바로 병원에 데려갔고 3번째 신고가 이뤄졌다.

협회는 "만일 피고발인들이 업무지침을 준수해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학대를 밝혀내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만 했더라면 정인이는 현재 살아서 보호받으며 다른 가정에 입양되는 기회를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발인들은 아동학대를 최일선에서 발견하고 아동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오히려 학대 가해자인 입양부모와 친분을 쌓고 학대 의심을 벗겨주는 일에 일조했다"며 "다른 어떤 것보다 엄격하게 수사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12일 정인이 사건과 관련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구속기소된 양모 장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다음 재판은 이달 17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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