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3일 "대한민국은 2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그동안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사회는 정부에 사형제 폐지를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 인권위 역시 지난 2005년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의견표명을 시작으로 꾸준히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지난 2019년 2월 사형제도가 규정된 형법 제41조 제1호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천주교주교회의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2018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씨의 동의를 얻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지난 1996년 헌법재판관 7 대 2, 2010년 5 대 4 등 다수의견으로 사형제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면서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지난 2018년 10월 '자유권규약' 제6조에 대한 일반논평 제36호를 채택하면서 '사형제는 생명권의 완전한 존중과 조화를 이룰 수 없고,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사형제의 폐지가 바람직하고 필요한 방안'이라 언급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그동안 사형제 폐지를 두고 '국가형벌권의 근본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므로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지난해 11월에는 유엔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일시유예)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법무부는 한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란 국제사회 인식과 더불어 결의안 찬성국가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당시 환영의 뜻을 표했던 인권위는 "(한국이) 사형제 폐지에 한 걸음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짚었다.
또 사형제 존치론자들이 주장해온 '범죄 예방효과'에 대해선 "확실하게 검증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강력범죄 중 사형선고가 가장 많은 살인의 경우 범행동기가 우발적이거나 미상인 경우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범죄의 예방은 범죄억지력이 입증되지 않은 극단적인 형벌을 통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빈틈없는 검거와 처벌의 노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형벌의 목적 중 하나인 교화의 측면에서 볼 때 사형을 집행함으로써 이미 제거된 생명을 교육시켜 순화할 수 있는 방법이란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며 "사형은 교육순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유일한 형벌이다. 이를 대체해 형벌제도가 꾀하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체적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인권위는 "사형은 인간의 존엄에 반(反)하는 잔혹한 형벌로, 국가가 형벌의 목적달성을 위해 그 수단으로 삼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며 "사형제도에 대한 3번째 헌재 결정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을 넘어 사형제도 폐지를 통해 인간의 존엄한 가치가 존중되는 국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