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향후 헌법재판소 심판의 쟁점이 무엇이 될지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성근 "국회 조사부터 해달라"…"1심 판결 있어 불필요"
임 부장판사는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국회법에 따른 사실조사가 선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이나 탄핵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주장만으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지 말고 국회에서 다시 한 번 자체적인 조사를 해달라는 것이다.
국회법 제130조에서는 '탄핵소추가 발의됐을 때 의장은 발의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가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조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사위는 국정감사·조사 절차에 준해 탄핵 대상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조사가 의무 규정은 아니다. 탄핵소추 발의 후 법사위에 회부하지 않기로 한다면,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72시간 내에 곧바로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면 된다.
임 부장판사의 경우 탄핵에 필요한 사실관계 조사는 법원 내부의 징계절차와 검찰의 수사, 법원의 1심 판결 과정에서 여러 번 이뤄진 상태여서 국회의 재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이에 대해 임 부장판사는 "이 일은 제 개인의 일이기도 하지만 사법부 차원에서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어 사실조사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탄핵절차가 진행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의 수사자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공소사실과 피고인(임성근) 측 변론을 바탕으로 내린 1심 재판부의 사실관계 판단이 존재한다"며 "미확정 판결이긴 하지만 판결에서 다룬 사실관계가 일방의 주장이라고 취급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발생 4년 만에 첫 탄핵 발의 대상이 된 임 판사의 혐의는 '재판개입'이다. 법관 인사 불이익, 공무상 비밀누설 등 사법농단의 여러 사건들 가운데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법관 독립'을 위협한 행위로 꼽힌다.
임 부장판사 외에도 신광렬·조의연·성창호·이민걸·방창현 부장판사 등 현직 법관들이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중 임 부장판사가 법관 탄핵의 첫 대상이 된 것은 이같은 혐의의 특수성과 1심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심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에게 법리상 무죄를 선고했지만, 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 행위 자체는 유죄로 본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에서 임 부장판사의 지시로 판결의 중요 내용 일부가 바뀐 점도 인정했다.
2015년 10월 21일 작성된 판결문 초안에는 '최고의 공적 존재인 대통령직에 있는 박근혜의 지위를 고려하면, 피고인(가토 다쓰야)의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에게도 비방의 목적이 없다'는 취지로 적혔다.
그러나 형사수석부장이었던 임 부장판사가 당시 사건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를 방으로 불러 판결 방향을 제시한 이후에는 내용이 바뀌었다. '대통령이라는 지위로 인해 개인 박근혜의 사생활이 공적 관심 사안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기사는 수인 범위를 넘어 명예훼손이 된다'는 것이었다. 가토 전 지국장에게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는 판단이 유지되면서 결론은 '무죄'로 동일했지만, 법률적으로는 매우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이 수정된 것이다.
임 부장판사는 이같은 지시 과정에서 직접 판결문 구술본을 미리 받아보고 마지막에 추가할 내용을 파란색으로 수정해 이 부장판사에게 보내는 '첨삭'까지 진행했다.
1심 재판부는"피고인의 중간판결적 판단 요청은 그 자체로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진행을 유도하는 재판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직권남용의 법리상 형사수석부장이 다른 재판부의 사건에 개입할 '직권'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가 선고됐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에 탄핵을 해선 안된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형사법적으로 무죄가 불가피한 사안이기 때문에 탄핵을 해야 할 필요성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심판은 일반 사법절차로는 소추나 처벌이 어려운 신분을 보장받는 고위공무원·법관 등의 위법한 직무집행을 견제하는 제도다. 임 부장판사의 행위도 직무상 권한 밖의 일을 지시한 '월권죄에 가까운 셈인데, 현행법엔 월권죄 처벌이 조항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형사처벌보다는 탄핵과 법원 내부의 강한 징계가 선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의 탄핵심판에서는 직권남용의 법리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임 부장판사의 이같은 행위가 법관 신분에서 파면할 만큼의 위헌적 행위인지를 검토하게 된다.
다만 임 부장판사가 재임용을 불희망 해 오는 28일부로 임기가 종료된다는 점은 절차상 넘어야 할 산이다. 법관 임기가 끝난 후엔 민간인 신분이 되기 때문에, 파면 대상이 될 수 있는 지를 두고 임 부장판사도 강하게 반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파면이 될 경우 변호사법상 5년간 개업을 할 수 없다. 만약 헌재가 파면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각하하면서도 그 취지에 위헌적 행위를 기록한다면, 변호사 개업 여부는 변호사회의 판단으로 공이 넘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첫 법관 탄핵 선례가 만들어지는 상황이지만 대법원은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2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대법원은 "탄핵 절차에 관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고 대법원이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사법권 침해 상황에 대법원이 방관적이다'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오히려 '대법원의 부실한 사법농단 후처리' 문제가 드러날 까 쉬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법원은 사법농단 비위 혐의자 징계 과정에서 임 부장판사에 대해 '견책' 처분을 내렸다. 법관징계법상 명시된 징계 중 가장 약한 징계다.
2019년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이 통보한 비위혐의 현직 법관 66명 중 10명만 추가 징계하면서 구체적인 징계 수위나 징계 대상 혐의, 시효도과 인원 등을 모두 비밀에 붙여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