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전 건설의 추억, 김종인은 잊었나

'北 원전 문건' 논란에 소환된 북미 제네바합의 주목

"미국은 북한에 2천메가와트급 원자력발전소(LWR)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들을 책임 있게 취한다."

(The U.S. will undertake to make arrangements for the provision to the DPRK of a LWR project with a total generating capacity of approximately 2,000 MW(E) by a target date of 2003.)

미국과 북한이 1994년 10월 21일 체결한 북미제네바합의문 전문 1항이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활동 동결을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에 신고리 5~6호기 보다 약간 작은 원자력발전소 2기를 지어주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이 합의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 및 일본과 함께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설립해 북한 함경남도 신포·금호 지구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신포·금호 지구는 남대촌강이 동해로 빠지는 길목에 위치해 365일 물 공급이 가능하는 등 최적의 원전 입지를 갖춘 곳이다.

옛 소련이 1985년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주려고 했던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

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당시 한국전력 직원들과 산업부 공무원들도 대거 이 곳에 파견돼 상주했었다.

모두 김영삼 정부 때 이뤄진 일들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창원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김영삼 정부출범 직전 대통령(노태우) 경제수석을 지낸 뒤 북한 원전 지원 프로젝트 추진 당시 여당 국회의원으로 활동중이던 때라 이를 모를 리 없다.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원자력발전소를 제공키로 한 것은 그 것이 북한 핵개발 위험을 묻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부족 문제 타개를 위해 핵기술을 발전시킨다는 북한으로서도 핵무기 전용 가능성이 있는 중수로 대신 그 가능성이 없는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주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사실 북한은 당시 우라늄을 농축할 능력과 기술은 갖췄지만 막대한 자본과 숙련기술이 필요한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역량과 토대는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당시 북한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2002년 10월 북한의 북핵 동결 검증이슈로 벌어진 북미간 신뢰가 좁혀지지 못해 이른바 '2차 북핵위기'로 파국을 맞으며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하지만 북한 원자력 발전소 지원 문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지금은 벌써 옛일이 됐지만 북미 및 남북간 정상회담이 오가며 북핵문제 타결가능성이 높았던 2018년 상황에서는 당연히 준비돼 있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하노이에서 타결 직전까지 갔던 트럼프-김정은간 2차 북미정상 합의안 가운데는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대가로 지원할 후속 프로그램 가운데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포함돼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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