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명분도 떨어지고, 통과 가능성도 낮은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주 원내대표가 꺼낸 것을 두고 범여권의 '임성근 판사 탄핵' 움직임에 물타기를 하고 '민주당이 사법부를 길들이고 있다'는 여론전에 힘을 싣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당내 반응은 시큰둥하다. "우리는 사법부 독립을 말할 때 아닌가"라는 회의적 목소리와 "그냥 답답해서 한 소리일 것"이란 말도 나온다.
◇ "김명수 탄핵 추진"… '뜬금 카드' 노림수는?
앞서 이날 민주당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사법 농단에 연루된 부산고등법원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에 '국민의힘도 대법원장 탄핵 추진으로 맞불을 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주 원내대표는 "여러 달 전부터 준비해왔다. (민주당의 판사 탄핵과) 관계없이 추진하고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의 대법원장 탄핵 추진은 명분도 떨어지고, 실제로 탄핵안이 발의된다 해도 의석수가 부족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주 원내대표가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꺼낸 것은 '민주당이 사법부를 길들이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판사 탄핵 문제에 더해 '김명수 대법원'은 불공정하다는 여론을 키우려는 것이다. 전날도 주 원내대표는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 방치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우리도 사법부 탄압?"…내부서도 시큰둥, 추진 안 할 듯
다만 당 내부의 반응은 차갑거나 별 관심이 없다.
민주당이 판사를 탄핵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오히려 사법부 독립을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초선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 민주당이 탄핵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사법부 독립을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도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민주당의 판사 탄핵을 지적하는데, 우리도 대법원장 탄핵하겠다고 하면 좀 어긋나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그래서 주 원내대표가 좀 주춤해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 내에선 "주 원내대표가 답답해서 그냥 한 말 같다"는 등 실제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왔다. 또 다른 중진의원도 통화에서 "의견이 모아지거나, 당내에서 뜻이 결집되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일단 대법원장 탄핵 문제를 원내 지도부에 일임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법원장 탄핵 문제의 결론을 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