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野 내부서도 '시큰둥'

민주당, '사법농단 판사' 탄핵안 발의한 1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돌연 "김명수 탄핵 추진"
명분 떨어지고 국회 통과 가능성도 낮아
민주당에 '사법부 길들이기' 프레임 씌워 여론전
다만 당내서도 회의적…"우린 사법부 독립 말해야"
"그냥 답답해서 한 말인 듯…실제 추진 안 될 것"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일 돌연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의 탄핵안 발의를 발표한 직후 나온 '뜬금 발언'이다.

탄핵 명분도 떨어지고, 통과 가능성도 낮은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주 원내대표가 꺼낸 것을 두고 범여권의 '임성근 판사 탄핵' 움직임에 물타기를 하고 '민주당이 사법부를 길들이고 있다'는 여론전에 힘을 싣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당내 반응은 시큰둥하다. "우리는 사법부 독립을 말할 때 아닌가"라는 회의적 목소리와 "그냥 답답해서 한 소리일 것"이란 말도 나온다.

◇ "김명수 탄핵 추진"… '뜬금 카드' 노림수는?

주호영 국민의 힘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주 원내대표는 1일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논의하겠다"며 "탄핵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민주당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사법 농단에 연루된 부산고등법원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에 '국민의힘도 대법원장 탄핵 추진으로 맞불을 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주 원내대표는 "여러 달 전부터 준비해왔다. (민주당의 판사 탄핵과) 관계없이 추진하고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의 대법원장 탄핵 추진은 명분도 떨어지고, 실제로 탄핵안이 발의된다 해도 의석수가 부족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주 원내대표가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꺼낸 것은 '민주당이 사법부를 길들이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판사 탄핵 문제에 더해 '김명수 대법원'은 불공정하다는 여론을 키우려는 것이다. 전날도 주 원내대표는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 방치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우리도 사법부 탄압?"…내부서도 시큰둥, 추진 안 할 듯

다만 당 내부의 반응은 차갑거나 별 관심이 없다.

민주당이 판사를 탄핵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오히려 사법부 독립을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초선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 민주당이 탄핵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사법부 독립을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도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민주당의 판사 탄핵을 지적하는데, 우리도 대법원장 탄핵하겠다고 하면 좀 어긋나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그래서 주 원내대표가 좀 주춤해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 내에선 "주 원내대표가 답답해서 그냥 한 말 같다"는 등 실제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왔다. 또 다른 중진의원도 통화에서 "의견이 모아지거나, 당내에서 뜻이 결집되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일단 대법원장 탄핵 문제를 원내 지도부에 일임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법원장 탄핵 문제의 결론을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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