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이 변경됐지만 한화 스프링캠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전날 선수단 미팅에서 강조한 메시지에 선수들은 고무적인 표정이었다.
주장 노수광은 "감독님이 최선을 다하되 실패를 자책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전날 미팅 분위기를 전했다. 베테랑 우완 장민재도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전날 미팅에서 미리 선수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전한 메시지를 잘 숙지하고 있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비가 와서 실내 훈련을 하지만 나로서는 어제부터 여러 가지 미팅을 통해 선수와 한국인 코치 파악을 위해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미소를 띠었다.
선수들에게 카를로스 감독이 강조한 메시지는 '실패할 자유'다. 그는 "결과가 안 좋을 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에 실패할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필드에 나가면 100% 가진 모든 것 쏟아붓고 그러면 실패해도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화의 지난해는 초라했다. 역대 최장 타이인 18연패 수렁에 빠지며 구단 전설인 한용덕 감독이 자진 사퇴하는 아픔을 겪었다. 결국 최하위(46승 95패 3무)로 시즌을 마쳤다.
한화의 올 시즌 과제는 리빌딩이다. 김태균, 송광민 등 베테랑들이 떠난 한화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베로 감독은 "한화가 올해 어느 순위로 끝나는지가 중요하다기보다 팀의 현실을 알고 있기에 시즌 끝나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과정을 평가하는 게 맞다"면서 "성적보다 가고자 하는 방향 과정에 집중할 예정이고 충실히 이행한다면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성적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수베로 감독은 "취임하고 나서 팀 리빌딩 얘기 나온다"면서 "그러나 과정에 있어서 승리를 등한시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즌 전체로 보면 결국 플레이오프(PO)에 가는 게 최우선 목표"라면서 수베로 감독은 "과정을 충실히 한다면 전문가들의 예상도 한화가 플레이오프(PO)에 가까워지는 팀이라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시작이다. 수베로 감독은 "이제 선수들과 서로 알아가는 중"이라면서 "선수들의 한국 이름을 외우는 걸 목표로 하지만 힘들면 별칭을 부를 것"이라며 웃었다. 농담이었지만 그만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노수광도 "감독님께 사적인 얘기도 하면서 가까워지면 그만큼 얻는 것이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뼈아팠던 실패를 경험한 한화. 장민재는 "더 내려갈 곳도 없고,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다짐했다. 새 사령탑과 함께 독수리 군단이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