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facelift)된 폭스바겐 파사트GT는 자율주행 '레벨 2'가 적용된 주행보조(ADAS) 시스템이 변화의 골자라고 할 수 있다. 폭스바겐 역시 전동화 전용 플랫폼을 장착한 전기차 I.D4의 출시를 예고한 상황에서 미리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전체적인 주행 질감은 '정통 세단'에 필적하는 준수한 기본기가 특징이다. 차 이름 끝에 붙은 'GT(grand tourer)'는 유럽형을 의미한다. 디젤 파워트레인만 출시됐다는 얘기지만, 예전 디젤 엔진에 비해서 정숙한 편이었다.
디젤 모델만 존재한다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주행거리가 길면서 전기차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 층이 아직 두터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트렌드가 '디젤 단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파사트GT가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갖춘 차량임은 분명했다. 실구매가 4000만원 안팎인데, 국산차로는 쏘나타보다 높고 그랜저와 겹치는 가격대이다.
'수입차 대중화'를 선언한 폭스바겐의 전략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반떼를 겨냥한 제타, 뜨거워진 국내 컴팩트SUV 시장을 겨냥한 티록(T-Roc)까지, 다른 독일 브랜드가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는 반면, 폭스바겐의 차별화된 지점은 국산 자동차를 직접 조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사트GT는 비즈니스-패밀리 세단을 지향하는 만큼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휠베이스의 길이는 2m78cm로 쏘나타나 그랜저보다 약간 짧다.
주행감각은 부드럽고 정숙하다. 시승회 전날(1월 4일) 눈이 내려서 노면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시승 차량은 기본 타이어 대신 윈터 타이어(브릿스톤 블리자드)를 장착했는데, 감안하면 노면의 굴곡이 주는 충격을 잘 완화시켜 주는 느낌이고, 기본적인 하체 세팅이 컴포트함에 초점을 뒀다고 느껴졌다.
파사트 GT는 2.0 TDI,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에 7단 DSG(듀얼클러치) 변속기가 결합됐다. 최고출력 190마력과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낸다. 1900~3300rpm의 엔진 회전, 즉 실사용 영역에서 충분한 성능을 냈다. 변속기는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업다운 쉬프트시 민첩하게 작동했고, 직결감 역시 나쁘지 않았다.
파사트 GT의 제로백(0~100km/h 가속시간)은 7초대이다.
시승한 차량은 매트릭스 LED와 헤드업디스플레이, 파노라마선루프, 18인치 휠 등이 적용된 프리스티지 트림의 전륜구동 모델로 가격은 4990만원이다. 시승차량보다 상위 트림으로 사륜구동(4모션) 모델은 5321만원, 엔트리 트림인 프리미엄이 4435만원이다.
트렁크 공간은 586L이며, 앞좌석 통풍시트, 뒷좌석 열선시트 같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옵션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은 프리미엄 트림부터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