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간담회에서 "재임 기간 중 전작권 전환을 위해 진전된 성과가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입장 표명으로 해석된다.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코로나19 등 여러 상황으로 인해 당초 예상했던 전환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한국 측에서 여기에 조금 더 속도를 내려는 듯한 움직임에 미국 측이 신중하게 나온 셈이다.
커비 대변인은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미국과 한국이 상호 동의한 것일뿐만 아니라 우리의 병력과 인력, 그리고 그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한 기간(specific timeframe)에 대한 약속은 우리의 병력과 인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병력과 인력,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단순히 한미연합사령부의 지휘부를 바꾸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전환을 위해 한미 국방당국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령관을 맡는 한미연합사령부 체제를 미래연합사 체계로 바꾸기 위한 검증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는 부사령관이었던 한국군 측이 사령관을 맡는 체제이며, 동시에 한국군이 연합방위작전을 주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계급은 현재도 둘 모두 대장으로, 미래연합사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검증평가는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까지 3단계 평가로 구성돼 있으며, 2019년 IOC 검증을 끝내고 지난해 FOC 검증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편으론 조건 3의 충족 여부는 주관적인 평가에 기초한 정치적 결정에 속하기 때문에, 한반도 안보 정세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측에서는 문제의 '조건'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적이 있다. 원인철 합동참모의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전작권 전환 일정이 지연될 경우 한미가 합의한 조건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그는 "우리가 조건을 빨리 충족시키고 능력을 갖춰가고 있으므로, FOC 검증 연습을 시행하고 X년도(전환 시기)를 정하면 그때부터 (조건에 기초한 전환에서) 타임베이스(시간에 기초한) 전환으로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특정한 날짜를 목표로 전작권 전환을 한다는 취지로 '룰'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틀을 유지하되 조금 더 시간이 적게 걸리는 쪽으로 검증평가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차질이 생긴 상황이 언제 다시 그전처럼 정상화될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서욱 장관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진전된 성과가 있어야겠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긴밀한 협의'를 강조할 뿐 조건 자체를 바꾸자는 등으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미 정부의 공식 답변이 '조건을 충족해야만 전환이 가능하다'로 재확인된 만큼, 우리 측 일각에서 나오던 '조건의 변경'이나 원인철 의장이 언급한 '타임베이스 전환'은 사실상 쉽지 않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