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이 예년보다 배당을 줄여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했다.
은행권의 배당 성향(중간배당·자사주 매입 포함)을 20% 이내로 한다는 것이 권고안의 핵심이다.
국내 은행 지주회사에 속한 은행이 지주회사에 배당하는 것은 예외다.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산업은행, 기업은행[024110],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배당 성향은 배당금을 당기 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배당 성향이 높다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서 주주들에게 그만큼 많이 돌려줬다는 얘기다.
작년 주요 금융지주(25∼27%)들의 배당 성향과 비교하면 올해는 한시적으로 5∼7%포인트 이상 낮춰 배당하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권고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과 배당 축소방안을 협의했다. 은행권의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 배당을 소극적으로 했으면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속내였다.
이 과정에서 1997년 외환위기(경제성장률 -5.1%)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 상황을 가정해 시나리오별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도 했다.
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 등 8개 금융지주사와 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 등 6개 은행이 대상이었다.
평가 결과 U자형(장기 회복)과 L자형(장기 침체) 시나리오에서 모든 은행의 자본비율은 최소 의무 비율(보통주 자본비율 4.5%·기본자본비율 6%·총자본비율 8%)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당 제한 규제 비율의 경우 L자형 시나리오에서 상당수 은행이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 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다만 L자형 시나리오에서 배당 제한 규제 비율을 웃도는 지주사나 은행의 경우 자율적으로 배당하되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