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와 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12월 초 엑스포 주제관 옆 공영주차장에 어린이들을 위한 눈썰매장을 설치했다. 구조물 설치에만 예산 3천여만 원이 투입됐다. 현재 눈썰매장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덩그러니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속초시는 지난 2019년 처음 눈썰매장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하지만 당시 따뜻한 날씨로 눈썰매장의 눈이 녹으면서 임시 폐장에 들어가는 등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번에는 눈이 없어도 썰매를 탈 수 있도록 시설을 바꿨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하면서 한 번도 문을 열지 못했다. 심지어 올해는 눈은커녕 겨울비만 연신 내렸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온다. 26개월 딸과 산책을 나왔다는 주민 이모(32)씨는 "코로나19로 사람 많은 곳은 가급적 피하려고 하는 만큼 만약 눈썰매장이 개장했다고 해도 이용하지 않았을 것 같다"며 "굳이 이 시국에 썰매장을 설치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 권모(27)씨는 "비싼 시설물이 아니더라도 결국 예산이 투입됐는데, 차라리 더 필요한 곳에 썼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설치 전에는 사람들이 몰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할까 걱정했는데, 설치 후에는 문도 못 열었으니 결국 이도 저도 안된 결과가 된 것 같다"고 비난했다.
속초시의회 유혜정 의원은 "지난해 예산을 심의했을 때도 과연 개장이 쉽겠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조정이 한 달 내내 이어지면서 운영 자체를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예산만 낭비하게 됐다"며 "현재는 계절까지 바뀌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 시국 속 행정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안전'으로, 이 부분을 간과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더 이상 비슷한 예산 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고, 책임을 더 느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속초시시설관리공단은 "눈썰매장 운영을 할 계획으로 설치했으니 예산이 투입된건데, 정작 코로나19로 아직 한 번도 문을 열지 못했으니 문제는 있다고 본다"며 "구정 전까지는 운영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일단 속초시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