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 기대와 분노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일부에서 최태원 회장을 향해 "프로야구단이 재벌의 장난감이냐?" "품격을 잃은 퇴장" "인천팬들의 뒤통수를 쳤다"는 화풀이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런데 SK측의 발표문을 보면 화낼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결단에 박수를 쳐줄만 하다.
SK는 지난 2000년 마지못해 당시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한 이후 21년 동안 충분히 존경받을만한 운영을 해왔다.
포스트시즌 12회 진출에 한국시리즈 4회 우승 등 2007년부터 'SK왕조시대'라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SK와이번스는 FA인 최주환과 김상수를 영입하는 등 매각 직전까지 올시즌 전력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SK와이번스는 또,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을 결합한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라는 개념을 국내 프로야구에 처음 도입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팬 친화적 마케팅에 앞장서왔다.
그럼에도 SK 최태원 회장은 야구단을 신세계 그룹에 매각하는 결정을 했다.
SK측은 매각 이유를 "사회발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유통기업인 신세계는 온·오프라인에서 프로야구팬과 결합해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에, SK는 첨단소재와 바이오 등 미래산업에 기업가치를 더 두고 있다.
SK와이번스의 2019년 영업손실은 6억2천만원에 불과하다.
SK그룹이 이 정도의 적자가 부담스러워 야구단을 판 것도 아니고 야구단 운영에 흥미를 잃어서도 아닐 것이다.
SK는 오래전부터 펜싱과 핸드볼, 빙상, 장애인 스포츠 등 비인기 종목을 꾸준히 지원해왔다.
최태원 회장으로서는 기업의 새로운 사회적 책무를 찾아나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프로야구단을 회장님의 장난감으로 여긴다' 비난은 적어도 최태원 회장에게는 예외로 해야 한다.
이런 비난은 부실기업이라는 손가락질을 오랫동안 받으면서도 개인의 야구사랑 때문에 야구단을 붙들고 있는 두산 일가에 향해져야 한다.
또, 횡령과 배임으로 감옥에 가있으면서도 히어로즈 구단에 대한 그립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는 이장석 전 대표에게 더 적절하다.
남의 허물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 반면교사(反面敎師)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바람직한 모습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정면교사(正面敎師)다.
최태원 회장은 와이번스 매각으로 많은 기업가에게 새로운 가치실천을 선보인 정면교사의 체육인이다.
SK와이번스의 매각은 그래서 신선하고 한국 프로야구사에 가장 모범적인 구단 매각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