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뾰족수 찾지만…'안티 페미' 균열 조짐도

비대위 꾸리고 수습책 마련에 올인
'잘못 인정'으로 2차 가해 막았지만
하락세 못 막는다는 비관론도 팽배
기존세력-페미니즘 갈등 표면화 우려

정의당 김윤기 당대표 직무대행, 이은주, 배진교, 류호정 의원 등 참석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략협의회에서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의당이 불현듯 찾아온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당대표가 소속 국회의원을 성추행하는 초유의 사태를 당장 수습할 만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장기화할 경우 당이 통째로 쪼개질 가능성도 감지된다. 페미니즘(여성주의) 이슈를 당의 핵심 기조에 올릴 때 탐탁지 않게 여기던 구성원들이 특히 비판적이다.

◇'잘못 인정'으로 2차 가해 막았지만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 윤창원 기자
정의당은 일단 현안 대응을 멈추고 사과와 반성, 수습책 마련에 '올인' 하고 있다.

성추행 가해자인 김종철 전 대표와 당 수석대변인에 이어 심상정·이정미 전 대표, 강은미 원내대표, 류호정 의원까지 모두 고개를 숙였다.


또 사실관계를 다투거나 사안의 경중을 재단하지 않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 징계'를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피해호소인'이란 표현으로 피해자를 부정하고 사실상 2차 가해를 부추겼던 것과는 딴판이다.

가해자가 바로 잘못을 시인했고 동시에 구체적인 사건경위가 알려지지 않았던 덕에 피해자를 향한 악의적 공격이 커질 틈도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사건 조사를 맡았던 배복주 부대표 겸 당 젠더인권본부장은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고 지적했다.

덕분에 정의당은 급한 불을 껐다.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을 잠시 쉬게 하고 그가 맡던 당직, 즉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변인은 류호정 의원이 대신하게 했다.

◇기존 세력 VS 페미니즘 갈등 우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으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은 심상정 의원. 윤창원 기자
정의당은 아울러 이른바 '비상대책회의'를 꾸리기로 했다.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통상의 비상대책위원회 개념이 아니라 대표단과 의원단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조직을 만든 것이다.

여기서 김 전 대표 징계와 후임 지도부 체제에 대한 논의는 물론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무공천 방안까지 모두 다뤄질 예정이다.

권수정 서울시장 후보자의 경우 공식 선거운동을 중단하고서 "(당이) 신뢰를 회복하고 모든 이에게 안전한 사회가 되도록 당의 논의와 결정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 전부터 당의 하락세가 거듭됐던 만큼 결국 쇄신에 성공하지 못하고 침몰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당내에 팽배하다.

노동 이슈에 익숙했던 운동권 중심 기존 세력과 젠더 이슈에 예민한 페미니스트 간 물밑 갈등이 이번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표면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옛 지도부에 속했던 한 정의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젠더나 여성 이슈에 함몰될 게 뻔하다"며 "재창당하거나 다른 페미니즘 정당과 연합한다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당적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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