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도 신고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차 본부장의 책임추궁이 힘을 받으려면, 이번 공익신고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지 못하는 부정한 신고행위라는 점이 확인돼야 하는 상황이다.
◇특정 정당에 먼저 공익신고…"법상 문제없어"
차 본부장은 지난 2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익신고자가) 검찰 관계자로 의심된다"며 "수사 관련자가 민감한 수사기록을 통째로 특정 정당에 넘기는 것은 공무상 기밀유출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는 공익신고 등의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에도 다른 법령이나 규칙 등에 따른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나 기관 내부에서 벌어진 비위행위를 신고하려면 불가피하게 기밀자료 등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두고 유출 책임을 묻는다면 공익신고 제도의 취지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정보라 더욱 비밀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기업의 핵심 기술관련 정보나 외교·안보 관련 정보 등도 마찬가지"라며 "이를 감안하고도 공익침해행위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법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법률 대변인인 김한규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국민의힘에 공익신고서를 먼저 제공했다는 점에서 목적의 순수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수사기관이나 국민권익위원회 등 제한된 기관이 신고했을 때만 책임감면을 적용받지, 국민의힘이나 언론에 공개할 경우에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국회의원에 먼저 신고를 하고, 이를 국회의원이 공익침해행위 조사·감독기관이나 수사기관, 위원회 등에 보내는 것이 가능한 구조다.
◇'직권남용죄'는 공익침해행위 아니다?…출입국관리법 위반 신고
공익신고 제도의 취지를 몰각한 '신고자 때리기'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차 본부장은 "신고자가 문제 삼는 것으로 보이는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익신고자보호법 별표에 규정된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공익신고 대상이 되는 '공익침해행위'도 법에 규정돼 있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는 내용을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고자가 최초로 문제를 삼은 공익침해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이는 공익침해행위로 인정되는 부분이다.
법무부 윗선의 직권남용 의혹은 이 공익신고 내용을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혐의다.
◇'부정한 신고' 요건 엄격…신고자료 외부에 줬다면 문제 될 수도
공익신고법에서는 ①공익신고 내용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②공익신고와 관련해 금품이나 특혜를 요구하거나 그밖의 부정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공익신고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까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법무부 측도 당시 검사의 출국금지 요청에 검사장 관인이 생략되는 등의 서류상 흠결이 있었던 점은 인정한 상황이다. 다만 추 장관은 이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할 수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서류상 흠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남은 것은 신고자가 신고를 대가로 금품이나 특혜를 요구하는 등 부정한 목적이 있는 경우지만, 현재로선 앞서 살펴본 '국민의힘 제보 의혹' 등 법이나 논리상으로 근거 없는 의혹이 제기되는 수준이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돈이나 특혜 요구가 동반됐을지라도 공익침해행위를 고발하려는 목적이 함께 있다면, 공익신고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신고자가 공익신고 내용을 법상의 신고기관이 아닌 언론이나 다른 단체 등에 적극적으로 알린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공익제보 목적에서 정보를 전달한 수준을 넘어 기밀자료를 언론 등에 넘긴 경우엔 그 제보의 취지와 여파 등에 따라 공익제보로 보호대상이 될지 여부를 저울질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수원지법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이) 수사기관이나 감사원 등에 고발하는 절차를 알고 있었음에도 언론에 첩보보고서를 제공해 논란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전날 대검 반부패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2019년 출국금지 관련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이성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 등 윗선에서 수사 확대를 막았다는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