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대상 나이는 올리고, 자립은 원할 때"…법적·제도적 뒷받침 '절실'

[부모도 국가도 외면한 18살 보육원생의 홀로서기⑥]
아동복지법 상 60년 째 보호대상아동은 만 18세 미만
보호종료아동 대상 연령 만 18세에서 상향조정 '필요'
보호종료아동에게 보호연장권한 부여해 자립 시기 조절해야
자립정착금·대학지원금·자립수당 확대 등 현실적 대책 필요
정치권, 보호종료아동에 관심 두지만 갈 길 '멀어'
정치권 '자립지원대상 아동·청소년 지원에 관한 특별법' 발의 준비

보육원과 그룹홈 등에서 자란 보호아동 2천 5백여 명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거나 보호목적이 달성되었다고 인정될 경우 보호조치가 종료된다. 이에 따라 이들 시설의 보호아동들은 최소 만 18세가 되면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보호가 종료된 아이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험한 세상에 내던져지다보니 사회 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법적·제도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심적 갈등을 겪기도 한다.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냉혹한 현실에 마주치는 아이들은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고 불법 도박 등에 대한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광주 CBS노컷뉴스는 만 18세에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에 대한 각종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는 '부모도 국가도 외면한 18살 보육원생의 홀로서기'라는 주제의 기획보도를 마련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도대체 몇 명이 더 뛰어내려야 세상이 바뀔까요?"
②달랑 500만원 손에 쥐고 길거리에 내몰린 아이들
③'정체성 혼란'에 '정신질환'까지…보육원에서 무슨 일이?
④'대학은 다른 세상 이야기' 18살에 직업전선 뛰어든 아이들
⑤보육원 퇴소해도 곧바로 기초수급자 신세… 가난의 악순환 끊어야
⑥"보호대상 나이는 올리고, 자립은 원할 때"…법적·제도적 뒷받침 '절실'
(끝)


스마트이미지 제공
27일은 여섯 번째 순서로 보호종료아동들의 안정적인 자립을 위해선 자립정착금 확대와 보호대상 연령 상향 등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보도한다.


보육원과 그룹홈 등에서 퇴소한 보호종료아동들에게는 안정적인 사회정착을 위해 자립정착금이 지원된다. 하지만 지자체 재정 형편에 따라 500만 원에서 1천만 원까지 제각각 지급되는 등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학입학금 지원 역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4개 시·도만이 1회에 한 해 150만 원에서 500만 원 상당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정부가 매월 30만 원씩 3년간 지원하는 자립수당 역시 보호종료아동이 자립을 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해 괴리감이 적지 않다.

2019년 한 달 생활비. 통계청 제공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대학생·대학원생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57만9천원으로 나타났다. 만 18세에 자립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과 비슷한 연령대인 대학생들의 한 달 생활비와 비교하면 30만 원의 자립수당으로만 지내기에는 부족하다. 보호종료아동들이 30만 원의 자립수당으로는 월세 등 주거비와 식대 등 최소한의 생계를 해결하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보호종료아동들의 안정적인 사회 적응을 위해선 자립수당을 현실화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아동복지법에서 지난 1961년 이후 60년 째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연령을 만 18세 미만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는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최근 추세에 맞게 보호대상아동의 연령을 만 18세에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조사관은 "과거만 하더라도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유지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부모에게 지원을 받고도 자립을 하기 어려운 사회 환경으로 1960년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조사관은 이어 "선진국처럼 장기간에 걸쳐 보호종료아동의 특성에 맞게 취업 훈련을 제공하고 해당 기간에는 숙식 등을 제공하는 등 최종적으로 사회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보호종료아동들에게 보호 연장 권한이 없다는 점도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만 18세가 된 보호종료아동들의 경우 대학을 진학하거나 취업훈련기관에 등록하는 경우에만 보호 연장이 가능하다. 자립 준비가 돼 있지 않는 상태에서 일찍 사회에 나오면서 범죄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동들이 자체적으로 보호종료를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도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한 현행 자립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시갑)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자립지원대상 아동·청소년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일부를 수정해 이번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윤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보호종료아동의 자립 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자립지원대상 아동·청소년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수정된 특별법에는 △자립지원 대상 아동 청소년을 15세 이상 24세로 하는 등 대상 확대 △자립에 필요한 지원금 지급 △임대주택 공급 또는 임시주거비 지원 △자립 실현 및 자립을 위한 개인별 교육지원 △예방접종, 건강검진 등 의료서비스 제공 △고용 지원과 취업 알선 등 지원책 등이 담겨 있다.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광주 서구을)은 "실제로 막막한 상황에 극단적인 선택을 택하는 보호종료아동까지 나오고 있어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과 정부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며 "국회에서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당정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도 보호종료아동의 처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2021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시설 퇴소 청소년의 자립 지원 확대와 관련해 오는 3월 추경에 반영하기로 논의하는 등 지역의 모든 보호종료아동이 받을 수 있는 생활자금 형태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장연주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보육원생의 사연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내기도 한 광주시의회 장연주 의원은 "보호종료아동이 자립할 수 있도록 자립지원금을 1천만 원 정도로 확대해야 한다"며 "상위법에서는 만 18세를 보호대상아동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대상자의 연령을 만 18세에서 상향조정하는 조례안 발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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