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김명희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연구원),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응단장)
◇ 김종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온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년 의료, 교육, 노동도 우리 시스템 전반에서 어떤 곳이 취약하고 허술한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지금까지 이만큼이나 버텨온 것. 이 시스템의 공백을 메운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친 안타까운 생명과 무너진 삶들이 너무 많습니다. 현장 일선에서 이 모습을 낱낱이 지켜봐온 두 전문가와 함께 코로나 1년의 불평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나눠보겠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공공보건의료연구소 김명희 연구원 어서 오세요.
◆ 김명희> 반갑습니다.
◇ 김종대>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응단장 맡고 계십니다. 임승관 단장님 어서 오세요.
◆ 임승관> 반갑습니다.
◇ 김종대> 반갑습니다. 현장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두 분이다, 이렇게 소개드렸어요. 두 분이 어떤 일하시는지 먼저 간략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누가 먼저 하실까요?
◆ 김명희> 저부터 할까요? 예방의학 전공했고요. 작년에 지금 현재 이제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기기 전에 시민건강연구소에서 주로 보건의료 노동자들 그리고 소위 말해 취약계층이라고 말하는 현장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고 연구하는 작업들을 해 왔었습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책도 내시고 백서도 쓰셨더라고요. 제가 이 책 하나 가지고 나왔어요. 두 분이 다 저자로 들어와 계신 거죠? 제목이 가늘고 길게 애틋하게입니다. 그리고 임승관 단장님.
◆ 임승관> 저는 워낙에 현직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의 병원장을 맡고 있고 감염내과 전문의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경기도에서 코로나19 대응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일을 조력하고 있고요, 대응단이라는 직책을 통해서. 그리고 실질적으로 하는 일을 간략히 설명드리면 지자체 정부 부분과 보건의료 부분 사이에서의 이 두 개의 필드를 통역해 드리는 일입니다. 서로 언어가 다르고 하니까 그런 것들을 잘 소통시키는 일이 제가 맡은 역할입니다.
◇ 김종대> 일종의 촉진자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제 표현 괜찮았습니까?
◆ 임승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웃음)
◇ 김종대> 그러면 임 단장님, 위기 국면이 파도처럼 이렇게 주기적으로 오는 것 같아요. 1차 위기, 2차 위기 그다음에 3차 위기. 이번에 잘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그러면 4차 유행 또 올 수도 있는 겁니까?
◆ 임승관> 청취자분들께는 조금 송구한 마음이지만 필연적으로 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종대> 필연적으로 온다.
◆ 임승관> 왜냐하면 3차 유행이 지금 1200명 넘다가 최근에 400명 내외까지 줄었잖아요. 어떻게 해서 줄었는지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강하게 오래 유지하면서 유행을 눌렀기 때문에 줄어든 거 아닙니까?
◇ 김종대> 눌렀죠.
◆ 임승관> 그러면 유행을 눌렀던 힘을 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시 올라오는 거죠. 파도처럼 보이는 이유는 계속 중간중간 누르기 때문인 거고 이 누르는 힘이 사라지면 탄력성으로 복원되듯이.
◇ 김종대> 용수철 같아요.
◆ 임승관> 용수철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어쨌든 탄력성 있는 물질인 거죠.
◇ 김종대> 바이러스도 회복 탄력성이 있네요.
◆ 임승관> 바이러스의 유행이라는 것은 말이죠.
◇ 김종대> 그러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 임승관> 그러니까 미래를 잘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 김종대> 그래도 지금은 300~400명대로 줄었잖아요. 일단 이번 겨울 이 정도면 안심할 만한 상황 아닐까요?
◆ 김명희>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 김종대> 자꾸 안 좋은 얘기만 하시네요.
◆ 김명희> 우리가 면역을 획득하려면 예방접종을 다 같이 맞거나 아니면 많이 걸려서 면역을 획득해야지 더 이상 유행이 퍼지지 않을 텐데, 지금 둘 다 아닌 상태에서 사실 잘 마른 풀밭이 있는 셈이거든요. 거기에 또 누가 불씨를 하나 던지면 언제 다시 타오를지 모르는. 그런데 사실 조심은 하지만 이게 완전한 안전은 아니라는 걸 조금 받아들여야 될 것 같아요.
◇ 김종대> 그러니까 산불 감시하듯이 계속. 한 번 어디서 불똥 뛰면 또 불 나고.
◆ 임승관> 가라앉았을 때 우리가 기뻐할 수도 있고 서로를 치하할 수도 있고 서로를 격려할 수도 있지만 시민들은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달라야 하죠. 앞으로 있을 일들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하면서 대비하는 게 정부와 지자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종대> 알겠습니다. 설이 곧 다가와요. 아무래도 미국도 보니 추수감사절 때문에 유행이 확 퍼졌더라고요. 우리는 최대 명절이 설이랑 연말이죠. 이럴 때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해야 하느냐. 지금 정부에서도 논의 중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임승관> 거리두기 단계를 계속 높은 단계를 계속 유지하면 방역적으로 유리한 건 당연하죠. 그렇다면 거리두기 단계를 이제 완화하면 명절을 맞아서 가족과 이웃들을 만나는 것을 회복하고 이렇게 해서 우리가 거리두기 단계를 하향하면, 필연적으로 다시 유행은 올라가기 시작할 겁니다. 그런 부분들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균형을 우리들이 통제할 수 있어야 되는데, 그런 유행이 오르고 내리는 균형을 통제하려면 자원을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합니다.
◇ 김종대> 자원.
◆ 임승관> 의료자원이라는 것이죠. 중환자 병상 같은 것으로 대변되었던... 12월에 많이 부족했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우리가 충분히 확보하고 또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운영 능력이 있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같은 걸 조금 하향할 수 있고. 꼭 지켜야 하는 가치가 있다면 그 가치를 우리가 지키고자 할 일은 그 가치가 뭐가 중요한지 논쟁하는 게 아니라 그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자원을 더 확보해내는 것입니다.
◇ 김종대> 알겠습니다. 대책 없는, 준비 없는 거리두기 완화는 좀 위험할 수 있다, 이런 말씀으로 이해가 됩니다. 가장 한계에 다다른 곳이 많습니다. 우선 시급하게 논의해야 될 곳이 보건의료 현장이 아닌가 싶네요. 김명희 연구원께서 수많은 보건의료 노동자들 인터뷰하셨죠? 어떤 어려움들 호소하고 있습니까?
◆ 김명희> 당연히 다 이제 힘들어하시는데 제가 몇 가지 그 당시에 들었던 얘기들을 적어왔는데요. 사실 각기 다른 현장에서 각자 무슨 협의를 해서 얘기한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비슷한 얘기들이 나왔었어요. 닥치면 그냥 일하는 사람.
◇ 김종대> 닥치면 그냥 일하는 사람.
◆ 김명희> 그냥 이렇게 던져놓고 일하는 것 같아요. 부속품 취급 당하는 느낌, 던져놓고 끝인 거예요, 너희들이 해야지 어쩌겠어. 이렇게 막 굴리는 건 그냥 착취죠. 사실 서로 약속한 게 아닌데 다들 공통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건, 일도 힘들지만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함부로 부림을 당한 그런 것들이 사실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상당수가 전문성도 있고 헌신을 통해서 이런 성과들이 이루어지는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일을 했다는 걸 아주 여실하게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종대> 굉장히 자조적인 이런 표현들이 많다고 말씀을 하셔서 저로서도 굉장히 불편해지는데요. 왜 그럴까. 어떤 면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 김명희> 그러니까 이게 사실은 준비가 있어야 되잖아요. 아까 임승관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유행이 커질 수 있으니 미리 대비를 해야 되는데 대비를 하지 않아요. 그러다가 유행이 턱밑까지 오게 되면 갑자기 동원하는 거예요. 저 병동 폐쇄하고 간호사 다 이쪽으로 와서 일해. 일을 하다 보니까 환자가 줄어요. 한마디 의논이나 어떤 사정에 대해서 설명도 없이 이제 여기 닫을 거니까 다시 너희 병동으로 돌아가. 그러니까 자기 하루 앞의 인생을 예측할 수 없는 그냥 언제든지 불러서 실컷 일시키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니까, 그런 되게 자조 섞인 반응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 김종대> 그러니까 막 이렇게 상황에 쓸려가고 수동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우리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낼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의 느낌입니까?
◆ 임승관> 이제 저는 병원 경영도 하고 있다 보니 사업장이라는 토대로 이해하다 보면, 병원 경영이라는. 지금 이제 김명희 연구원께서 말씀하신 부분이 예측하기 어려워서 일어났던 어떤 여러 가지 곤란들, 혼란들을 얘기하셨는데. 그런데 이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이런 것 자체가 참 예측하기 어렵다는 속성을 갖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될 일은 그걸 다 예측해내는 것이 아니라, 점쟁이처럼 맞추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거 같습니다.
확진자가 다음 달 다음 분기 때 500명이 발생할 것을 대비한 시나리오 하나, 1000명이 발생했을 것을 대비한 시나리오 하나, 2000명이 발생할 것을 대비한.. 이런 것처럼 각각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면 그렇다면 중환자 병상 몇 개 필요하겠네. 거기에 간호사를 한 사람당 배치하려면 몇 명쯤 더 필요하겠네, 그럼 몇 명이 모자라겠군. 그런 것들을 양성하는 교육, 재교육하는 프로그램도 미리 만들었어야 되는 것이고. 따라서 지금까지 한국의 방역이 K-방역이 지난 1년간 굉장한 성과를 발휘했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프로그래밍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취약성이 있었고, 일어난 사건들을 열심히 뒤쫓아서 해결해내는 능력은 탁월했지만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준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 김종대> 어떤 김명희 연구원님 말씀에는 권위주의적인 요소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냥 막 시키기만 하고 서로 집단지성으로 협의해 가며 하는 게 아니라 막 시키기만 하고 중앙에서 찍어누르고 이런.
◆ 김명희> 그렇게 하지 않아도 보건의료 현장에 있는 분들은 급하다는데 당연히 희생을 하고라도 달려가는 건 기본 마인드인데. 이를테면 우리가 만약에 코로나 환자가 여기에서 생기면 이 병동까지 투입될 마음을 준비를 하고 있어라. 혹시 더하면 우리 팀도 들어갈 수 있으니 미리 훈련하고 대비하고 있자.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 하나도 안 하고 있으니까 너무 급해 우리 빨리 들어가자, 너 빨리 들어와, 이런 식으로 문제가 계속 해결돼 왔던 거죠.
◇ 김종대> 그게 사람의 피로도를 더 증가시킨다.
◆ 임승관> 정부, 방역당국이나 지자체나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니 그런 부분들을 아무리 탈권위주의적인 정부라고 할지라도 관료들이라고 할지라도 기관장이라고 할지라도 요구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따라서 설계가, 프로그램이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 김종대>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실 이면에서는 인력의 부족, 의료진의 보충이 원활하지 않다는 현실도 있는 것 같고요. 또 일반 병동이나 다른 중증환자를 돌볼 인력도 모자라기 때문에 투입이 여의치 않다 이런 사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공공의료 부실한 거 아닐까요? 그 한계를 언제 절감하시는지 알려주세요.
◆ 김명희> 일단 우리가 잘 생각해 봐야 될 게 왜 코로나를 꼭 공공병원에서 봐야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공공병원이 우리나라 전체 병상의 10%밖에 안 되거든요. 그리고 미국에서 의료 붕괴가 일어났다, 어느 나라에서 붕괴가 일어났다라고 했을 때 그 나라는 전체 병상을 두고 얘기하는 건데, 우리는 민간병원에 절대 코로나 보지 않으면서 절대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업무를 하면서 공공병원이 한정된 자원으로 갈아넣으면서 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 문제가 정말 우리에게 의료자원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저 많은 민간 부문의 자원을 놔두고 공공은 이렇게 희생하고 갈아넣어가면서 해야 되는지에대해서 생각을 해 봐야 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임승관> 저희가 12월달에 확진자가 500명 정도 나왔을 무렵부터 가정이나 시설에 대기자가 생기기 시작했고 초과 사망의 사인들이 통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이제 보도에서도 나오기 시작했죠, 그 무렵에. 확진자 500~600명 시절에 한국의 의료체계가 지금 위험의 사인이 있다, 보도에 나오기도 했고요. 그 무렵에 외신기자들이 자꾸 질문했다는 거예요. 우리가 잘못 봤겠지. 5000명이겠지 혹은 5만 명이겠지. 외국 통계를 아시잖아요. 왜 500명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지? 잘 이해를 못한다는 거죠.
그런데 김명희 연구원님의 말씀을 제 나름으로 번역해서 다시 얘기하면 공공의료 부문으로 이걸 한정했던 것이고 또 어떻게 보면 지금 저는 공공의료주의자인데 공공의료 운동을 하는 분들도 그 담론을 많이 사용해요. 거 봐라, 공공의료가 필요하지 않느냐, 코로나19 시대에 이런 팬데믹 시대에 가치가 증명되지 않는 이런 애기를 하는데, 다 좋은데, 본질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 김종대> 본질은 뭔데요?
◆ 임승관> 본질은 호흡기감염병으로 우리 어르신의 생명이 위험하신 호흡기감염병을 위해서 의료진들이 어떤 병상에서 의료적 자원을 이용해서 치료하는 건 의료의 본질이에요. 공공의료의 본질이 아니라는 거죠. 숨찬 사람을 살리는 건 의료의 본질이에요. 그렇다면 저는 이런 담론이 이런 의제가 민간의료, 공공의료 편가르기 식으로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까 90%가 넘는 민간의료가 작동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면, 그 조건을 만들거나 그 조건을 그 사이에 개선하지 않은 것이 우리 사회의 오류인 거지 공공의료가 부족한 것이 메인 오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토대를 만드는 게 우리 사회 특히 정부의 역할이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종대> 그러니까 공공이냐, 민간이냐 그 높은 장벽 때문에 쉽사리 이렇게 자원을 활용할 수 없는나라 이거 우리나라 큰 취약성이네요, 결국.
◆ 김명희> 사실 그게 공공에 너무 힘이 없어서죠. 그러니까 예를 들면 공공에 어느 정도의 힘이 있고 리더십이 있다면 모르겠는데 그야말로 소수자의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가 말한다고 민간이 따라오지 않거든요.
◇ 김종대> 알겠습니다. 공공의료 이야기 여러 번 저희도 다뤘던 문제인데 앞으로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의사, 간호사 외에도 병동이 운영된다고 하면 청소 노동자라든가 간병 노동자라든가 이런 분들이 다 같이 협력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분들의 스트레스 수준은 어떻습니까?
◆ 김명희> 사실 우리가 앞에서 진료하시는 의사나 간호사들을 많이 생각하지만, 실제 병원이 돌아가려면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분들의 노력이 필요한 거거든요. 특히 코로나 상황에 쓰레기는 얼마나 나오며 보호자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간병 노동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그런데 이분들은 평소에도 이렇게 대접을 받거나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았어요. 이분들이 대개 미숙련의 중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까. 이런 상황에서 이분들이 질병 자체에 대해서 잘 모르고 공포도 큰데.
거기다가 예를 들면 환자가 줄었다고 혹은 코로나 환자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해서 일자리에서 쫓겨나거나 아니면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이런 일들이 훨씬 많아졌고 또 이분들이 가족들과 생활하는 게 사실은 쉽지 않잖아요. 왜냐하면 병원 노동자들은 또 바깥에서 옮아서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런 어려운 상황. 사회,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일도 힘들고 고립되어 있는 상황인데 거꾸로 친구도 못 만나고 가족도 못 만나고 사실은 굉장히 여러모로 가정과 일터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 김종대> 그렇군요. 오늘 방송의 어떤 본질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려운 사람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어떻게 보면 이 재난이 굉장히 불평등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런 말씀을 두 분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어떤 점에서 이 재난은 우리에게 불평등한가, 그걸 가장 절감하실 때는 언제인가 이 질문을 각기 드리겠습니다.
◆ 임승관> 개인적으로 또 경기도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조력했던 멤버로서는 12월에 있었던 많은 어려웠던 사건들, 현장들을 기억합니다. 부천시에서도 있었고 고양시에서도 있었고 요양병원, 요양원 같은 공간에서 있었던 그런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죽음들 이런 것들을 기억 안 할 수 없고요. 저희가 통계를 잠깐 얘기드리면 12월 한 달 동안에 경기도에서 159명이 돌아가셨는데 안타깝게도. 그중 24% 정도가 코호팅 됐다고 하죠. 동일집단격리됐던 요양병원, 요양시설 같은 곳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사실은 전담병원으로 후송되어서 적절한 치료를 받았어야 됐던 분들이죠. 그런 분들이 여러 가지 설명들이 있지만 본질적인 건 하나입니다, 의료자원이 부족했던 거죠. 의료자원이 부족해서 이런 어르신들이 감염된 상태에서도 그 공간에서 계속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때로는 그 서비스 진료나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기가 감염된 상태에서 또 그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이런 일들이 잘 기록되고 잘 돌아가줘야 되는 거죠.
그래서 그렇게 자원이 부족할 때 여러 보도들에서 다루듯 두 현장이 부하가 걸립니다. 즉 집단감염이 유행이 흔한 곳에서 그렇고 또 그 부분들, 그러한 환자분들을 이송받아서 치료하는 전담병원에서 또 역시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굉장히 많이 부담과 부하를 지게 되었죠. 그러니까 의료자원이라는 부분을 충분히 확보해내지 못했을 때 두 개의 현장이 고스란히 곤란과 고통을 지게 되는 상황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우리 사회에서 지난 12월 잘 복기하는 게 마음 아프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종대> 12월을 잘 복기하자. 그러면 민간 아까 의료자원도 얘기했는데 우리 사회 의료자원을 폭넓게 해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더라면 사망자는 더 줄어들 수 있었다고 보시는 건가요?
◆ 임승관> 그럼요. 대기자들이 줄어들고 어떤 그러한 의료자원 부족이 해결된 게 언제였냐 하면, 12월 12일날 건보공단 일산병원이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고 그리고 그다음 주에 상급종합병원들과 국립대학병원들이 1%의 허가 병상을 중증환자 진료에 사용하도록 행정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 이주일 뒤에 실제로 가동되기 시작했겠죠.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으니. 그래서 12월 셋째 주, 넷째 주부터 자원이 확보돼서 숨통이 트는 거예요.
◇ 김종대> 그것이 오히려 많은 생명을 구한 거죠.
◆ 임승관> 그렇죠. 그래서 문제의 본질은 재난의 본질은, 필요한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게 항상 재난의 본질이고 코로나 팬데믹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한 자원들을 적절해 확보해내고 적절히 활용해야 최대한의 위험도 줄이고 그리고 사회가 지켜야 될 가치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 김종대> 그러니까 진작 그렇게 하지. 왜 처음에 코호트 격리를 해서. 조금 더 결단이 빨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우리 김 연구원님은 불평등 어떻게 체감하십니까?
◆ 김명희> 그러니까 병원 현장에 대해서는 임승관 선생님이 많이 말씀을 하셨고 제가 주로 만나거나 인터뷰하거나 그랬던 분들은 병원 바깥에서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아니면 일이 너무 힘들어지거나, 코로나 때문에 배달이나 택배처럼. 아니면 어린이 청소년들인데 돌봄을 전혀 받을 수 없었거나 아니면 노숙인인데 평소에 가던 쉼터 아니면 혹은 평소에 이용하던 급식 서비스 이런 것들이 다 중단이 됐잖아요.
그리고 사실 안정된 직장에서 재택근무하면서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어떻게 해서든지 생계를 유지하고 혹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접촉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아무 자원도 없는 상태에서 사실은 내동댕이쳐진 거나 다름이 없었거든요. 사실 그분들이 코로나 위험은 피했지만 그밖의 다른 모든 삶의 중요한 영역들에서 위험을 마주하게 됐다는 측면에서 이게 코로나가 단지 생물학적이고 의학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들을 여실하게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종대>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까 확진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계층의 코로나의 재앙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된다. 노인, 어린이 또 저기 여러 취약계층들 이 말씀이신가요?
◆ 김명희> 네.
◇ 김종대> 알겠습니다. 아까 요양병원도 나오고 코호트 격리 얘기도 나왔어요. 그 요양보호사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이분들이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이 늘어나야 정상인데 그 반대라고요? 그건 왜 그렇습니까?
◆ 김명희> 사실 요양병원이나 아니면 재가요양 서비스는 다 사람 머리 수에 따라서 수가가 매겨져서 급여를 받게 되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내가 환자 가정에 방문해서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위험하니까 오지 말아라. 그럼 당장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예요, 실업은 아니지만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고 요양병원에서도 코로나 우리 코호트 격리했으니까 오지 마 혹은 네가 모시던 환자분이 돌아가셨으니까 오지 마. 우리 병원 지금 환자가 줄었으니까 오지 마라고 하면 역설적으로 가장 일손이 필요할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일자리가 계속 사라지는 그런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 거죠.
◇ 김종대> 그러니까 오히려 더 불안감이 커졌네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까. 이번 1년을 반성하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될 길은 과연 어떤 방향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여쭤보고자 합니다. 지금 백신 얘기도 나오고 있고요. 또 재난은 불평등 해소와 같이 가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 우리 사회 중요한 것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한말씀씩 부탁드립니다.
◆ 임승관> 세계적 재난인데 오늘 어떤 보건의료 시민단체가 이런 논평을 냈더라고요. 바다에 폭풍우가 치는데 폭풍우의 바다에 떠 있는 건 모든 이에게 마찬가지지만 타고 있는 배는 서로 다 다르다...라는 제목을 달고 논평한 걸 의미 있게 읽었습니다. 즉 모두가 다 곤란을 겪고 있지만 고통은 동일하지 않다는 거죠. 이런 불균등한 피해 그리고 형평성 없이 돌아오는 이런 피해들이 있다는 것인데. 따라서 이 부분들을 사회가 잘 다시 메꿔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그러기에 더욱 쉬운 나라인 거죠, 시설화돼 있고 자영업자가 많고. 따라서 지금 예를 들어서 어떤 재난을 복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재정적인 체계들이 반시장적이다라는 언급들이 논평을 나오는 걸 보는데, 재난 자체가 반시장적이거든요,지금. 따라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잘 들여다보고 우애와 연대 정신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종대> 역시 공동체 정신이 핵심이네요. 김 연구원님.
◆ 김명희> 이게 사실 이 주일만 참으면 이 유행이 끝날 거야라고 얘기해 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우리가 백신이 도입돼도 아마 올해 연말까지는 계속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유행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조금 긴 호흡으로 가늘고 길게 가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조금 완화된 이 시기에는 빨리빨리 뒤를 돌아보면서 좀 반성을 하고 새로운 계획들을 만들어야 된다. 이제 환자가 300명대로 줄어들었으니까 아이고, 이제 살았다가 아니라 그렇다면 뭘 준비해야 되고 우리가 지난 시기 때는 뭘 잘못했는지를 조금 돌아보고 계속 준비해 나가는 그런 1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김종대> 그러고 보니까 우리가 확진자 몇 명이다 이런 것에 일희일비하는 문화지. 지금 김 연구원님 말씀대로 이렇게 분석적이고 변화를 꾀하는 것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 임승관> 작년 1년 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뉴스에 나온 말이 브리퍼들의 어떤 화면이 나오면서 '이번 2주만'이었지 아니었습니까? 1년 내내 이번 2주만이었고 사실 이번 주에도 그렇게 브리핑이 될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브리핑이 됐어야 되는 거죠. '이번 2년 동안'이라는 것을 담았어야 되는 거죠, 우리 사회가.
◇ 김종대>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더 길게 보고 본질을 쳐다보는 시선만 있으면 훨씬 좋아질 것 같다는 이 가능성을 오늘 두 분께서 아주 실감 있게 깨우쳐주셨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명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원,임승관 코로나19 긴급대응단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임승관> 고맙습니다.
◆ 김명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