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가 종료된 아이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험한 세상에 내던져지다보니 사회 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법적·제도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심적 갈등을 겪기도 한다.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냉혹한 현실에 마주치는 아이들은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고 불법 도박 등에 대한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광주 CBS노컷뉴스는 만 18세에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에 대한 각종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는 '부모도 국가도 외면한 18살 보육원생의 홀로서기'라는 주제의 기획보도를 마련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①"도대체 몇 명이 더 뛰어내려야 세상이 바뀔까요?" ②달랑 500만원 손에 쥐고 길거리에 내몰린 아이들 ③'정체성 혼란'에 '정신질환'까지…보육원에서 무슨 일이? ④'대학은 다른 세상 이야기' 18살에 직업전선 뛰어든 아이들 ⑤보육원 퇴소해도 곧바로 기초수급자 신세… 가난의 악순환 끊어야 (계속) |
보육원 출신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력서가 없어도 가능한 일용직 노동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박씨는 한 간판 업체에서 페인트 작업 등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다. 예나 지금이나 보육원생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교육과 지원책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박씨는 "보육원 후배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일부 금전적인 지원을 제외하고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면서 "보육원 퇴소 당시 돈에 대한 개념도 없고 배운 것도 없어 정말 막막했는데, 20여년이 지났지만 후배들도 또다시 같은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보육원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안정적인 자립을 하지 못하고 퇴소 후 곧바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세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아동양육시설 및 공동생활가정을 퇴소한 6258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637명(26.2%)이 기초생활수급자로 드러났다. 10명 중 2명이 기초생활수급자인 셈이다.
퇴소 1년 차인 보호종료아동의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45.0%에 달했다. 5년이 지나도 13.3%는 여전히 기초생활수급자였다. 보호종료아동들이 자립준비 없이 떠밀리듯이 사회로 나오다 보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근로 능력이 없는 보호종료아동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받는 생활비는 60만원 안팎이다. 하지만 수입이 생기면 근로자격이 있다고 판단돼 생활비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일부 보호종료아동들은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직업을 갖지 않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룹홈 출신 김모(22)씨는 "앞서 퇴소한 일부 선배들은 특별한 직업을 갖지 않고 기초생활 수급비로만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보육원에서 퇴소한 허모(26·여)씨는 "보육원생들은 어린 나이에 준비가 부족해 괜찮은 직장에 취직하기 힘들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순 아르바이트와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보호종료아동이 자립을 하지 못해 평생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낸다면 그 부담은 결국 사회 전체로 돌아오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보호종료아동의 제대로 된 자립을 돕기 위한 정책적 대안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광주지역 한 보육시설 관계자는 "일부 선진국의 경우 보호종료자가 시설에 더 머무르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연장이 가능하다"면서 "퇴소 시점을 나이가 아닌 자립 가능 여부로 판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