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으로 손실보상제도 마련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여당 대표와 최대인구 지자체장, 국무총리를 맡고 있는 여권 잠룡들과 정부 사이에 간극이 아직 남아있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25일 방역당국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부 방역조치에 따라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당정이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이 이미 손실보상제 입법을 준비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에 정부가 동참할 것을 지시한 셈이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3월내에는, 늦어도 4월 초에는 지급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시급성을 강조했다.
당초 상반기 입법 후 하반기에 보상을 실시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빠른 지원'을 명분으로 4월 보궐선거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노리게 됐다.
문 대통령의 정리로 인해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물론 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고용고용부 등 또한 관련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손실보상법안에 따르면 적게는 월 1조2000억원에서 많게는 월 24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예산 용도변경, 기금운용계획 변경, 국채발행 등의 개괄적인 방법론도 제시했지만 이들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기재부의 몫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손실보상제와 관련해 재정 사용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강조하는 글을 SNS에 올린 데 이어 지난 24일에는 몸살감기를 이유로 고위 당정청협의회에 불참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책임질 가능성이 있는 여권 잠룡들이 연일 기재부와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정세균 총리는 손실보상제에 난색을 보인 기재부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질타한 데 이어, 과도한 재정 투입 우려에 대해서도 "마치 정부가 터무니없는 짓을 하려는 것처럼 프레임을 짜는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도 "전 세계가 확장재정정책에 나서는데 안 그래도 너무 건전해서 문제인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고 국가부채 증가만 내세우며 소비지원, 가계소득지원은 극력 반대하니 안타깝다"며 기재부의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가 손실보상제를 비롯해 협력이익공유법과 사회연대기금법 등 정부 재정이 적지 않게 투입될 3법을 '상생연대 3법'으로 묶어 함께 입법을 추진한다고 밝힌 상태기 때문이다.
잠룡들 간의 견제와 무관하게 이들의 행보는 모두 기재부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 높은 재정건전성에 호평을 하더니 이제는 재정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피해규모 산정과 재원 마련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다소 과하게 속도를 강조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