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의 한 제빵 스튜디오에서 만난 최은수(13)양은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은수 양은 2019년 5월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집과 병원을 오가며 힘겨운 항암치료를 받던 도중에 제과·제빵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빵과 쿠키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지난해 3월과 12월 노력 끝에 제빵기능사와 제과기능사 자격증을 손에 쥐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는 난치병 아동의 소원을 성취해주는 메이크어위시 재단에 `고마운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쿠키를 선물하고 싶다'고 사연을 신청했다. 재단은 그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이날 직접 파티시에와 함께 쿠키 굽는 자리를 마련했다.
즐겨 찾던 매장에서 직접 제과 제빵을 배워보고 싶다는 은수양의 요청에 조한빛(35) 파티시에도 흔쾌히 응했다. 이날 은수 양은 3시간가량 직접 머랭 쿠키와 마들렌 굽는 법을 배웠다.
"휴지를 거친 마들렌과 안 거친 마들렌은 맛이 어떻게 달라요?" 처음에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낯설어하던 은수 양은 수업이 시작되자 금세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어 질문을 쏟아냈다.
1시간가량 기다린 끝에 다 구워진 쿠키를 손에 들었을 때는 "맛있을 것 같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조 파티시에는 "은수는 꼼꼼한 성격에 손재주도 있다. 물어보는 질문에서도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은수가 좋은 파티시에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수 양의 꿈은 '즐기며 일하는 파티시에'다. 그는 "일에 얽매이지 않고 내 인생을 찾는 파티시에가 되고 싶다"며 "나중에 이곳처럼 멋진 제빵 스튜디오를 차려서 직접 사람들에게 쿠키 만드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이날 수업을 참관한 아버지 최영우(45)씨는 "오늘 이 행사가 나중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은수에게 좋은 추억과 자산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제과제빵을 배우는 것을 넘어 자기가 직접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