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정영주 "베르나르다 알바, 공연계 기사회생 계기 되길"

22일부터 3월 14일까지 정동극장서 공연
여배우 18명 캐스팅…정영주, 타이틀롤 알바 역과 제작 겸해
"무대 멈춰선 안돼…동반자 외 거리두기 거듭 강조"

배우 정영주. 정동극장 제공
"'베르나르다 알바' 무대의 에너지가 이어져서 공연계가 기사회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배우 겸 프로듀서 정영주의 간곡한 바람이다.

22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희철 정동극장 극장장을 비롯 창작진과 전 출연진이 함께 했다. 좌석 두 칸 띄어앉기로 쉽사리 개막일을 결정하지 못하는 타 작품과 달리 베르나르다 알바는 22일부터 관객을 만난다.

정영주는 "배우들이 '객석이 안 차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한다"며 "최근 공연계가 발표한 호소문처럼 거리두기 2.5단계에서 '동반자 외 거리두기'가 시행되면 배우들은 영혼을 불사를 준비가 되어 있다. 무대가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2018년 이후 3년 만에 재공연한다. 정동극장 2021 시즌 '헬로, 정동'의 첫 작품이다.

1930년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농가를 배경으로 남편의 8년상을 치르는 동안 다섯 딸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하는 '베르나르다 알바'와 가족들의 대립 속 움트는 욕망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정영주는 초연 때 타이틀 롤인 베르나르다 알바 역을 맡았다. 이번에는 알바 역 뿐만 아니라 제작까지 겸한다.

"프로듀서 데뷔는 '소가 뒷걸음질치다 쥐 밟은 격'이에요. 김희절 극장장님과 창작진, 배우들의 에너지 덕분에 여기까지 왔죠. 제작자로서 데뷔무대인데 무르팍이 깨져도 배우들이 알아서 '호~' 해주니까 기운이 나요."

이날 드레스리허설에서 선보인 베르나르다 알바는 독특하면서 강렬했다. 무대에는 검은 상복을 입은 배우 10명이 등장하는데 모두 여성이다. 억압·통제를 상징하는 순백의 무대와 자유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는 플라멩코 리듬이 묘하게 어울린다.

'막달레나' 역의 황한나는 "4개월간 플라멩코를 연습했다. 다들 발에 티눈 두 개씩은 갖고 있다"고 웃었다. '아델라' 역의 김히어라는 "플라멩코와 스페인 음악이 낯설다보니 기본기부터 다지느라 시간이 적잖게 걸렸다"고 했다.

3면이 객석이었던 초연 때와 달리 정동극장은 프로시니엄(액자 형식) 무대다. 이에 맞춰 무대 디자인과 동선을 새로 짰다. 정영주는 "음악적인 부분으로 버텼다. 슬기로운 알바 생할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정동극장 제공
이번 공연은 더블 캐스팅 포함 18명의 여성배우가 출연한다. 정영주를 비롯 황석정, 이영미, 오소연, 김국희, 전성민, 김히어라, 김환희는 초연 배우다. 이소정 강애심, 한지연, 최유하, 김려원, 임진아, 황한나, 정가희, 이진경, 이상아는 새로 합류했다.

정영주는 "김국희와 김히어라에 대한 믿음 덕분에 재공연을 결심했다"며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선발했다. 객관적인 시야에서 다른 배우와의 조화와 에너지의 합을 최우선 고려했다"고 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여성 서사극인 동시에 약자에 대한 억압과 폭력의 대물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태흠 연출은 "이 작품을 통해 폭력의 순환 구조를 다루고 싶었다. 세계의 역사를 봐도 폭력의 역사 안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여성과 아이다. 알바에게 내재된 폭력성의 근원을 인간 폭력의 역사 속에서 찾고자 했다"고 했다.

이 작품은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 원작이다.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작사·음악을 맡아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정동극장에서 3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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