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수사와 기소권을 갖는 권력형 비리 전담기구다. 해방 이후 수사와 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해온 형사사법시스템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공수처 출범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설립을 둘러싼 치열한 찬반논란만큼이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살아있는 권력에 보다 엄정한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며 정치검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여권의 새로운 홍위병이 될 것이란 불신이 극명하게 교차한다.
정치적 논란과 논쟁의 한가운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는 공수처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정착하기까지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정치공방과 맞물려 사사건건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게 되면서 출범과 함께 폐지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우리사회의 사법제도 안에 안착할 수 있느냐는 ‘정치적 중립’과 ‘수사역량’에 달려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보다 엄정한 사정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수준의 수사성과를 내야한다는 이야기다.
권력을 잡고 있을 땐 무뎠던 칼날이 정권만 바뀌면 새 정권의 의중에 맞춰 서슬이 퍼레지는 검찰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여권과 정면으로 맞서는 검찰 모습은 진작부터 검찰이 견지해야 할 가치였고, 향후 공수처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이런 점에서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의 역할과 처신이 중요해졌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말처럼 쉬운 게 아니지만 공수처 위상을 정립해야 하는 조직의 초대 수장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공수처가 살아남는 길이다.
정치적 중립만으로는 부족하다. 그에 못지않게 권력형 비리에 대해 검찰체제에서 보다 더 많은 수사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특히 혹시라도 비위를 알면서 눈감는 일이 발생하면 국민의 심각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공수처의 권력남용 가능성을 걱정하는 시각도 많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한 공수처가 이름만 달라졌을 뿐 과거 검찰과 같은, 또 하나의 권력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처장도 이를 의식해 이날 취임사에서 “권한을 맡겨준 국민 앞에 항상 겸손하게 권한을 절제하며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심성과 의지에 맡겨서 될 일은 아니다. 인사와 조직문화 전반에 이 같은 의식이 스며들 수 있도록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할 것이다.
어렵게 출범하는 공수처가 형사사법제도 안에 제대로 안착해 공직사회의 특혜와 비리를 뿌리뽑고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