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우려했던 물류대란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택배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합의안에 따르면 노사는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의 주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 업무를 택배기사의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택배사는 분류작업 전담인력을 투입하고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공짜노동'으로 불리던 관행을 개선해 택배기사들의 과로사를 막겠다는 취지다.
또 택배노동자의 작업시간을 주 최대 60시간, 일 최대 12시간 목표로 하고, 불가피한 사유을 제외하고는 9시 이후 심야배송을 제한하기로 했다.
택배사들은 공식적으로는 "정부의 중재로 도출된 합의문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한진택배는 전국 사업장과 대리점에 분류작업을 '지원'하는 인력 1000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왔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이번주 500명을 시작으로 다음달까지 모두 1000명의 분류 지원 인력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분류인력 4000명을 현장에 투입한다는 목표로 지난 10일 현재 목표치의 77%를 수준인 2078명의 인수지원인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분류업무가 고스란히 택배사의 책임으로 바뀌면서 수천명의 인력을 추가로 배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용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사님들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했는데 합의안대로 이행하려면 택배기사와 분류인력이 1대 1 매칭 되어야 한다"며 "수백억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동화설비를 마련해도 수천억원의 투자 비용이 든다"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택배사 관계자는 "비용 문제 때문에 다들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택배사들의 영업이익률이 5%가 채 안 되는 수준이라 합의안과 함께 택배비 인상도 병행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택배비는 택배사가 고객사에 입찰 서류를 내면 고객사가 가격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는 게 쉽지는 않다"면서도 "비용 인상 병행이 되지 않으면 현재로서는 못 견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3월 택배비 인상안을 포함한 연구용역에 착수해 6월 말까지 택배비 현실화 방안을 발표한다.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2차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해당 문제가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