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천주교인권위원회(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위원회는 '응급 후송 계획과 사망 당일 조치',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구치소의 의료접근권', '확진 사실 등의 유족 미통보 및 사망 사실의 공개 지연'에 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한다"며 "법무부장관과 서울동부구치소장,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동부구치소 수용자였던 A씨는 66세 나이로 평소 '만성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22일 발열 등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다음 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형집행정지 결정이 돼 출소했고 코로나19 전담 혈액투석실이 있는 병원에 입원했으나 같은 달 27일 심정지로 사망했다.
서울구치소 수용자였던 B씨는 기저질환이 있는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지난해 12월 21일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무증상·경증에 해당해 격리거실에 수용됐다. B씨는 사망 당일까지도 스스로 화장실에 가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망 당일 구치소는 B씨의 의식이 미약한 것을 확인했고, 인근 외부의료시설로 응급 후송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확진자로 일반병원 후송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구치소가 방역 당국과 협의하는 도중 B씨는 사망했다.
위원회는 "서울구치소는 B씨가 기저질환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고 계속 수용했다"며 "동부구치소는 C씨가 고령과 기저질환으로 형집행정지 결정까지 받았는데도 석방해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고 일시 수용이라는 명분으로 계속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구치소는 '급격한 악화'라는 코로나19의 특성을 고려해 '수용자 응급 후송 계획'을 마련해야 했으나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응급 후송 계획이 마련돼 있었다면 미리 확보한 병원으로 곧바로 후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B씨가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거실에 수용된 시점은 지난해 12월 21일이고 사망 시점은 같은 달 31일, C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시점은 지난해 12월 25일이고 사망 시점은 올해 1월 7일로 응급 후송 계획을 세우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은 기간"이라며 "구치소가 응급 후송 계획을 마련했는지, B와 C씨에 대해 사망 당일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은 아닌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일반적인 생활치료센터와 달리 구치소는 휴대전화의 소지가 금지돼 있어 수용자가 자신의 증상을 외부에 호소하기 어렵고 의료과 직원 외 구치소 교도관은 수용 관리에는 익숙하지만 의료 처우에는 미숙할 수밖에 없다"며 "감염 확산 초기에 동절기 주1회 진행되는 목욕(샤워)이 중단됐는데, 구치소 수용실에는 온수가 공급되지 않으므로 청결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동부구치소는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으로 접견과 전화통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바이러스 전파 우려를 이유로 확진자의 편지 발송까지 금지했다가 지난 8일부터 '3일 보관 후 발송' 가능하게 했다"며 "수용자의 외부교통권이 제한돼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구치소들이 일반적인 생활치료센터와 동일한 치료와 관리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고령자가 많은데 B씨는 나이가 30대 중반이고, 병원에 입원해 보지도 못하고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며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았는지 조사할 필요는 충분하다. 이들의 사망에 소측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준 전국 교정시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261명이다. 이중 동부구치소 내 확진자는 1203명이다. 지난해 11월 28일 동부구치소 직원이 처음으로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후 집단 감염 사태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