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장 뽑은 컬링연맹, 6일 만에 '무효' 결정

지도부 문제로 안정적인 연맹 운영을 하지 못한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최근 새로 뽑은 회장 선거 과정의 문제로 인해 6일 만에 이를 무효로 결정하는 황당한 상황마저 자초했다. 이한형 기자
대한컬링경기연맹의 '리더십 부재'는 계속된다.

컬링연맹은 지난 14일 선거를 통해 기업인 출신의 김용빈 후보를 제9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낙선한 후보가 15일 선거무효확인 등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제7차 선거관리위원회를 열어 제9대 회장 선거를 최종 무효처리했다.

컬링연맹 선거관리위원회가 회장 선거 결과를 무효로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연맹이 준용하는 대한체육회 회장선거관리규정 제11조 4항에 의하면 개인정보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선거인후보자 추천명단에서 제외하도록 되어 있다.

또 다른 시도연맹은 개인정보동의서를 제출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선거인 추첨을 진행한 만큼 상위 단체인 연맹이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


이에 컬링연맹 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선거인 추첨과정과 선거인명부 확정은 선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절차이고, 선거의 당락을 좌우하는 부분이므로 이러한 사유는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에 해당된다. 이의신청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선거무효를 결정한 배경을 소개했다.

다만 이와 같은 중대한 오류의 발생에 대해 컬링연맹은 "시도연맹이 선거인후보자(3배수) 추첨 당시 대상자 모두의 개인정보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연맹 사무실도 확진자의 이동경로에 포함돼 방역조치로 1일간 폐쇄되는 사정까지 발생했고, 선거인 후보자 추첨과 선거인 추첨이 연휴 기간에 걸쳐 있어 관련 시도 연맹이 개인정보동의서를 받는 작업을 전혀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선거인명부 작성완료일 하루 뒤(1월 3일)까지 연장했다"는 것이다.

다른 종목 단체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컬링연맹의 해명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욱이 다수의 컬링인이 회장 선거 무효 과정이 파벌 싸움의 연장선에 있으며 선거에서 낙마한 후보가 현재 연맹 지도부와 관계가 있는 이들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무효 결정을 대한체육회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컬링연맹은 무자격 선거인단이 참여한 회장 선거로 회장 공석이 발생하고 결국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 후에도 부실 회계와 부정 채용 등의 이유로 여전히 연맹 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맹 재정 안정화, 컬링인 단합, 베이징 올림픽 최대 성과, 컬링 경기장 및 교육 인프라 확대, 세계선수권 유치 등 컬링 세계화, 선수와 동호인이 함께 하는 전국컬링대회 확대 등 공약을 내건 김용빈 후보가 새 회장으로 당선됐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연맹의 오류로 번복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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