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댓글투사 '삽자루' "기적처럼 회복…공정 경쟁 꿈꿨다"

[인터뷰]'댓글 조작 폭로'로 인강 업계 뒤흔든 우형철씨
스타강사 출신…댓글조작으로 회사와 법정 공방
75억 손배소 패소 후 생활고…지난해 뇌출혈로 쓰러져
"기적처럼 건강회복 후 재활"…입시업계 복귀에는 말 아껴

우형철씨. 삽자루 우형철씨 유튜브 캡처
지난 18일 수능 국어 '일타(1등 스타)' 강사 박광일씨가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박씨의 댓글조작 실태를 처음 세상에 알린 것은 같은 일타 강사 출신인 '삽자루' 우형철씨다.

우씨는 지난 2015년 이투스의 불법댓글 조작 의혹을 폭로하며, 인강(인터넷 강의) 업계에 만연한 '댓글' 관행을 공론화한 인물이다. 이 다툼은 민·형사상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고, 결국 우씨는 지난 2019년 법원으로부터 이투스에 75억 원을 배상하라는 확정 판결까지 받았다.


우씨는 2019년 6월 박씨의 댓글조작 정황을 폭로했다. 이후 박씨는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고, 인강 업체들로부터 업무방해로 고소를 당해 수사를 받았다. 우씨의 폭로 이후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스타강사 구속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듬해인 지난해 3월 우씨는 뇌출혈로 쓰러진 뒤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20일 삽자루 우형철씨 측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최근 박씨의 구속을 접한 심경과 근황,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박광일 댓글조작 폭로했던 2019년 그날

우씨는 박씨의 구속 후 느낀 감정에 대해서는 쉽게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다만 그는 당시 자신을 찾아와 박씨의 댓글조작 사실을 털어놨던 제보자 A씨와의 첫만남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A씨가 먼저 클린인강협의회 사무실로 찾아왔다. 댓글조작 회사에서 일했는데 퇴직금도 없이 부당해고를 당할 것 같다며 여러 증거 자료들을 내놨다." 당시 우씨는 박씨가 온니컴퍼니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불법댓글에 가담했다고 폭로했다. 우씨를 찾아온 제보자 A씨는 그 회사 직원으로 '내부자'였다.

수능 국어 '1타' 강사로 알려진 박광일씨가 검찰에 구속됐다. 대성마이맥 홈페이지 캡처
우씨는 "업계 전체에 불법댓글에 대한 경고 영상을 SNS에 올리자, 박광일 쪽에서 (댓글 업체) 사무실을 폐쇄하려고 했었다. A씨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호소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A씨는 이후 박씨에 대한 고소가 진행되자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우씨는 당시 박씨와의 통화도 생생히 떠올렸다. "(박씨가)뻔뻔하거나 당당하지는 않았다. 친한 친구와 가족들이 얽혀있는 일이라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는 그런 부분을 많이 걱정했었다."

박씨는 논란 당시 진행한 현장 강의에서 "아무리 나랑 상관이 없더라도 우리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도덕적·사회적·법적 책임을 내가 다 지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성마이맥과 메가스터디 측의 고소로 진행된 수사에서는 '댓글 조작에 가담하지 않았고 모르는 일이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왜 댓글조작과 싸웠나…"신입 누구라도 '1타' 꿈꾸는 세상 꿈꿨다"

우씨가 삶과 돈, 시간을 바쳐 댓글조작과 싸운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실력을 갖춘 신입 강사라면 누구라도 '일타'를 꿈꿀 수 있는 인강 업계를 만들고 싶었다"며 "모든 것이 일타에 집중되지 않고, 건강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을 꿈꿨다"고 말했다.

댓글조작 등 관행에 대해서는 구조적 문제가 적지 않다고 했다. 우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강사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인강 회사를 같이 봐야 한다"며 "불법 댓글 조작은 들이는 돈에 비해 보는 효과가 크다. 그래서 회사들이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클린인강협의회'를 만들고 대형 인강 업체들의 동참을 호소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우씨는 "그래서 강사를 은퇴한 후 '에꼴사브로'를 시작했다. 끼와 재능, 외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실력을 전제로 하고, 거기에 다른 것들이 받쳐줘야 한다"고 했다. 그가 2018년 시작한 강사 육성 기관 에꼴사브로는 현역 수학 강사 10여 명을 배출했다.

◇소송 패소로 수십억 원대 배상…생활고 힘든데 뇌출혈로 쓰러지기까지

불법 댓글을 폭로한 후 우씨에게 닥친 시련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투스와의 재판에서 법원은 이투스의 불법 댓글 조작 사실은 인정했지만, 전속 계약 해지에 대한 책임을 우씨가 져야 한다며 75억 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
패소로 우씨는 적잖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불법 댓글과 관련된 우씨의 법정 싸움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우씨 측은 "에꼴사브로부터 삽자루학원까지 진행하던 사업을 거의 모두 접고, 기존에 살던 집도 정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우씨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뒤 생활고는 더 심해졌다고 한다. 우씨 측은 "지난해 유대종 강사가 이적(메가스터디→스카이에듀)했고, 이투스의 불법 댓글 형사재판 1심 선고가 있었다"며 "이런 이유로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태에서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우씨는 코마(혼수) 상태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곧바로 옮겨졌고, 약 4주 동안 중환자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치료를 받았다.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온 우씨는 극적으로 건강을 회복했고 최근까지도 재활을 이어오고 있다. 우씨 측은 "이제 치료는 더 하지 않고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독립보행을 해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치료를 받고 있는 삽자루 우형철씨 모습. 우형철씨 측 제공
◇"기적처럼 다시 얻은 인생"…네티즌들 "정의가 승리" 응원 댓글 빗발

건강을 회복한 우씨는 입시 업계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는 "사선을 넘나들던 내가 기적처럼 다시 얻은 인생이다"라며 "업계로 돌아갈지는 모든 것을 이전처럼 회복한 다음 생각할 문제"라고 신중히 답했다.

박씨의 구속 사실이 알려진 후 우씨 유튜브 채널에는 그를 응원하는 제자와 네티즌들의 댓글이 매일 수백 개씩 달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사필귀정이다. 이 기쁜 소식을 보고 억울한 것을 다 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전에 삽자루 강의를 들었다는 이용자는 '정의가 승리했다. 하지만 참 오래 걸렸고 괴로운 시간이었다'는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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