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도 안된 채 자란 9살·6살 형제…8개월째 방치

아보전 2차례 수사의뢰 등 경찰 3번 신고 접수
최근 30대 부모 입건…경찰 "출생신고 방안 모색했다"
교육청·구청, 구체적인 내용 몰라…"대책 협의 중"

연합뉴스
최근 인천에서 출생 신고도 하지 않은 8살 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대전에서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형제가 모텔을 전전하며 살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에 대한 첫 신고가 8개월 전 접수됐지만, 관계기관의 소극적인 행동으로 출생신고는 물론 복지 혜택 등을 받지 못한 채 8개월 동안 사각지대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20일 대전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대전 서구에서 만 9살과 6살 형제가 학교에도 가지 않고 병원 치료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형제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사실을 파악해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과 관리에 나섰다.

당시 물리적 학대 징후가 없었고, 가족관계가 유기적인 점, 출생신고를 하겠다는 부모의 말 등을 토대로 입건 조치까지는 하지 않았다. 다만, 수시로 연락을 하면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돌연 부모와 연락이 두절되자 아보전은 지난해 8월 말과 11월 경찰에 2차례 수사를 의뢰했다.

황진환 기자
경찰은 아보전으로부터 2차 통보를 받았고 부모가 출석도 계속 미루자 최근 30대 부부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첫 신고가 들어온 지 8개월 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극적 대응이라는 비판에 대해 "입건해서 강제적으로 처벌하기보다는 출생신고가 되도록 병행하려다 보니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며 "부모가 모텔을 전전하며 생활하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던 것 같은데 연락이 안 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출생신고를 자신들도 하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며 "입건한다고 해서 출생신고를 강제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기다려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관계등록법 46조 4항은 '신고의무자가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아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검사나 지자체장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교육청과 구청은 이번 사안을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다 할 대책 역시 내놓지 못하면서 사각지대의 아이들은 부모에게만 맡겨진 채 수개월 동안 방치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아보전에서 출생신고가 안 되면 대책이 있냐는 질문에 답변을 했던 것뿐"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기본적으로 출생신고가 선행돼야 관리를 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책을 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 내용을 파악한 서구청 관계자 역시 "법적으로 지자체장이 할 수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안 되는 매우 복잡한 구조"라며 "동 민원실에도 방안을 찾아보곤 있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보전 측은 해당 신고가 접수된 뒤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묻는 말에 대해 "사례라서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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