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제약이 많은 상황이지만, 이들을 돕던 개인과 단체들은 봉사를 멈출 수 없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 연탄 봉사자 급감…도시락 나눔에 "거리 두기 위반" 신고도
18년째 연탄 나눔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부산연탄은행 강정칠 목사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지대 저소득층에 연탄을 나눠 줄 사람이 없어 고민에 빠졌다.
해마다 겨울이면 연탄 나눔 봉사를 하러 오던 개인이나 기업, 단체들이 코로나19를 우려해 대부분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강 목사는 "지난해보다 올겨울이 더 추워 연탄 때는 양도 늘었는데, 봉사자가 거의 없어 연탄을 나눌 수가 없다"며 "이맘때면 봉사를 원하는 사람 수가 6~7천명은 됐는데, 올해는 1천명이 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주말 아미동 고지대에 연탄이 급히 필요했는데, 봉사자가 없어 주변 목사님들에게 연락을 돌려 겨우 전달할 수 있었다"며 "좋은 뜻으로 와 주신 개인 봉사자들도 수가 많지 않다 보니, 한 번에 나르는 연탄 개수가 많아져 봉사가 아닌 완전 노동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지역 기업들의 수천~수억원 단위 '통 큰 기부'가 이어져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기부금 모금에는 온정의 손길이 변함없지만, 취약계층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곳은 특성상 사람을 모으기 어려워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연탄 나눔 외에 다른 봉사 활동도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연탄은행은 해마다 지역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4만명 분량의 무료급식을 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급식을 도시락으로 바꿔 부산대병원 앞 공터에서 나눔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장면을 목격한 누군가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위반하고 있다"고 당국에 고발한 뒤로는 이마저도 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 "그래도 돕는다" 이어지는 도움 손길
코로나19로 엎친 데 덮친 격이지만, 강 목사는 도움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봉사를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강 목사는 "그동안 찾아뵙지 못한 어르신들께 지난주 연탄을 드리러 가니, 어르신들끼리 돈을 모아 산 연탄 100장을 다 같이 조금씩 나눠 쓰면서 '목사가 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리자'며 버티고 있었다"면서 "연탄을 드리니 '이제 안 먹어도 살 것 같다'며 밥상도 없는 바닥에 밥을 차려주시는데 그보다 큰 보람과 기쁨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십 년 넘게 도움을 드린 한 80대 어르신은 얼마 전 '목사님에게 받은 걸 죽기 전에 보답해야 하는데, 병든 몸 밖에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셔서 그 자리에서 같이 울었다"며 "현장에서 같이 부대끼다 보니 마음이 다를 수밖에 없고, 도움 드리는 걸 멈출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연탄은행 건물 1층에 '셀프 빨래방'을 마련하고, 이곳을 이용한 주민들이 낸 돈을 모두 빨래를 하기 힘든 고지대 거주 저소득층을 위해 쓸 예정이다.
강 목사는 "어르신들에게 새 이불을 사드려도 혼자 계시고 고지대에 살다 보니 무거운 이불을 빨래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들을 위해 빨래방 수익금으로 가정을 방문해 빨래를 수거, 세탁한 뒤 다시 가져다드리는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각 지자체에서도 취약계층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다양한 도움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어르신 등 1인 가구에 필요한 입원, 청소, 집들이 용품을 구매하는 데 써달라며 사상구에 성금 1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사하구에서는 하단초등학교 2학년 정채빈 양이 백일장대회에서 받은 상금 등을 합쳐 도서상품권 100만원 상당을 저소득 가정 아동을 위해 써달라며 하단1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