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피해노동자 보호를 위해서는 이같은 노동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재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갑질금지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소비자 등 '제3자에 의한 괴롭힘' 등 법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노동부에 권고한 바 있다. 서울 소재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다 주민의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희석씨 사례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밖에 △4명 이하 사업장에 대한 적용 확대 △행위자(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규정 도입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화 등도 함께 권고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추진으로 사업주의 보호조치 대상은 현행 고객응대근로자에서 '모든 근로자'로 확대하는 등 권고 일부를 수용하겠다는 회신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노동부가 확대 추진을 언급한 행위주체가 여전히 '고객'에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가해주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을 분류할 경우, 크게 사업장 내부의 가해자에 의해 발생하는 내부적 괴롭힘과 고객·소비자·원청 등 사업장 밖 제3자에 의해 발생하는 외부적 괴롭힘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규정은 행위자를 사업장 내부의 사용자와 노동자만으로 한정하고 '외부적 괴롭힘'에 대해선 규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 △상급자(임원·경영진 제외) 42% △임원·경영진 35.6% △특별히 누구라고 말하기 어려움 18% △동료직원 15.7% △고객·민원인·거래처직원 10.1% △원청업체 관리자·직원 4.7% 등으로 사업장 '외부'로부터 받는 괴롭힘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현행 갑질금지법이 '5인 이상' 상시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만 대상으로 해 영세사업장으로도 적용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가해자·피해자 간 접촉이 빈번하여 괴롭힘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되며,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 고충처리위원 등 노동관계법에 의한 기구 설치도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피해가 지속되어도 조력 방법을 찾기 어렵다"며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집계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 전후를 비교한 결과 영세사업장의 경우 괴롭힘 피해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의 모든 사업주가 재정여건이 열악하다거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의 적용이 추가적 재정지출을 수반해 열악한 현실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4명 이하 사업장에 대해 괴롭힘 관련 규정 적용을 배제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일의 세계의 폭력과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적절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명시한 국제노동기구(ILO) '폭력과 괴롭힘 협약'(Violence and Harassment Convention)을 들어 적정한 관련처벌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렇듯 처벌규정이 없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규정이 선언적 의미로 전락할 수 있으며, 규범의 안정적 정착이 더뎌질 우려가 제기된다"며 "행위자에 대한 처벌규정과 사용자의 조사 및 조치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적절한 제재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라는 인권위 권고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안전보건교육에 관련 내용을 포함했고, 교육 콘텐츠를 개발·보급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직장 내 괴롭힘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인권존중의 직장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최선의 예방방법이다. 예방교육은 이같이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로 하여금 성희롱예방교육을 매년 실시토록 하고 위반 시 5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제재규정을 통해 강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법정의무교육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